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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는 일기

잘 참았다...토닥토닥

by 유진



오늘 저녁의 나는 한마디로 '부글부글'이었다. 난 지금 약간 몽롱한 상태이다. 약 2시간가량 집안일로 나를 혹사시켰거든... 내 상태가 부글부글 끓어서 냄비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라는 걸 감지했다.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가만히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이자 아이는 눈치를 챈 건지 조용히 혼자 놀기 시작한다.

내가 말이 없어졌거든...

아이는 엄마의 표정이 바뀌고 말이 없어지면서 정말 가만히 숨만 쉬고 있는 상태를 재빠르게 알아차린 거 같다.

내가 감정이 끓어오르는데 그 감정을 추스르려 눈을 감고 진짜 숨만 쉬는 모습을 보일 때면 엄마에게 와서 칭얼거리는 모습은 싹 사리 진다.



나는 내 감정이 폭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은 눈을 감고 숨을 쉬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엄청나게 휘몰아친다. 저 밑바닥에 처박히는 기분을 느끼고 우울한 감정이 치솟기 시작한다. 정말 내가 조울증인가 싶을 정도의 감정 기복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몇 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집안을 둘러본다.

눈앞에 보이는 집안은 그 안에서 태풍이 불었다 싶을 만큼 엉망인 모습이다. 요즘 나는 그렇게 지내고 있다.

아이는 아프고 학교는 안 가고 끝없이 무언가를 꺼내서 무언가를 하는 아이 덕분에 온 집안에 그 흔적이 가득하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결국 내 속에서 천불이 올라온 거지...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났다. 저 놈의 자식을 그냥... 아오...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아... 다시 숨쉬기를 몇 분을 해본다. 내가 해야 할 것들과 계획한 것들 그리고 아이의 가정학습으로 인해 엉켜버린 내 스케줄...

속이 끓어오르는 게 그래 당연한 거지... 그게 자연스러운 감정인 게지... 그래 난 지극히 정상이야 정상..

오후에는 졸음이 쏟아졌다. 난 요즘 밤마다 뭔가에 몰두해서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평균 5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낮에도 틈만 나면 몰두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다가도 잠이 쏟아지고 아이와 뭔가를 하다가도 잠이 쏟아진다. 이렇게 달리다가 병이 난다던데 하필 어제 본 유튜브에서 그런 소리를 해서 한쪽 구석이 불안하다.



그래도 오늘 오후에는 양심상 내 몸에 미안해서 각종 채소를 넣고 모양만 샤브샤브라는 것도 만들어 먹었다. 난 달걀 후라이 두 개만으로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대충 그 맛만 느끼면 그만이지 뭐...

그 정도로 오늘 내 몸에 줄 만큼 줬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어젯밤에 본 영상은 머릿속에서 조용히 지워본다.

오늘은 모든 게 늦었네... 뭐 어쩌겠어.. 아까의 나는 용가리같이 소리 지르고 아이를 놀라게 하기 충분할 만큼의 성질머리가 나있었으니까... 그걸 참고... 늦은 시간이라도 청소를 해서 화를 다스렸다며 스스로 위안한다.

내 아이는 아프다. 그런데 움직이기에 충분하고 놀기에 충분할 만큼 팔다리는 아주 멀쩡해 보인다.


지금 내 앞에서 이러고 있거든..

" 모든 게 좋아! 모든 게 좋아! 두두다다 두두다다 모든 게 좋아! "


그래.. 모든 게 좋구나... 기분이 참 좋아 보이네 그래...


ㅡㅛㅡ;;;;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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