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좋다 인마!
글쓰기가 뭐지? 난 글을 쓰면서도 글쓰기가 뭐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추천받아본 책들 중엔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난 글을 쓰면서도 글쓰기가 뭐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람들은 이걸 뭐라고 생각할까 싶어서 읽어보기도 한다.
난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라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내 손가락이 착실히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뿐이거든...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과 마음과 손이 같은 리듬을 타는 순간이 내겐 글쓰기다.
나에게 글쓰기는 내 손가락이 리듬을 타고 내 마음이 흥얼거리고 내 머리가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순간이다. 사실 나는 3달 전까지만 해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유튜브에 다는 댓글 정도가 내 글쓰기의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더듬거리며 만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순간이 너무 황홀했다. 사람들은 블로그에 맛집 탐방도 적고 여기저기 다닌 흔적을 남기지만 나에겐 어림없는 작업이었다. 나는 집에만 있는 집순이거든..
그래서 내가 쓴 건... 그냥 나였다.
그냥 나를 블로그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별 생각하지 않고 흘러나오는 대로 그저 적기만 했다. 이미 내 안에는 넘치게 많은 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붙잡고 말하고 싶었던 내가 너무 가득 찼기 때문이었거든..
막힌 수도꼭지가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해져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순간일 뿐이었다. 난 그냥 그렇게 블로그에 말하고 또 말했다. 난 그냥 말했을 뿐이고 그 방식이 바뀐 거뿐인데 나에게 생긴 변화는 한마디로 천지개벽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나 스스로 내가 신비로웠다. 이야.... 진짜 처음 보는 인간이네 이거...
딱 이런 기분이었다. 신기한 생물을 관찰하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내 손가락은 나를 쓰고 또 썼다. 나는 그저 컴퓨터에 나를 매일 써 내려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까지 흘러들어왔다. 어찌나 나를 밀어내시던지... 불청객이 된 기분에 마음이 어정쩡해지는 순간이었다. 핫한 클럽 입구에서 복장이 구리다고 컷~! 당하는 그런 찝찝하고도 불편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살면서 있는지도 몰랐던 오기가 뱃속에서부터 끓어올랐고 너 죽고 나죽자라는 심정으로 들이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나의 투지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비틀린 오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
그러다 5번 만에 받은 입장 허가....
와... 지렸다...
진짜 딱 그런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었다. 난 거실 천장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그렇게 천장을 향해 몇 번이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나의 무릎은 정확히 ㄱ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보는 책에서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글 쓸 때 읽어봐라 읽으면서 써라.. 그냥 생각하는 대로 써라. 그냥 써라. 그냥 매일 써라. 자기가 쓴 글을 읽어봐라. 글을 쓰면서 수정하지 마라. 문장 구조를 생각하면서 쓰지 마라. 어차피 퇴고가 있다. 말하듯이 쓰는 게 좋다. 독자들이 읽기 쉽게 써라. 문장은 너무 길지 않게...
어려운 단어는 다 빼라. 어려운 용어들은 글을 읽기 불편하게 할 뿐이다. 등등...
응? 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나 왜 이렇게 작가랑 똑 같이 생각했지? 뭐지? 그렇다 나는 1인 라디오를 운영한다고 느끼며 내 글을 그렇게 읽어본다.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면서... 나의 퇴고는 그런 식이다. 내 입에 착착 붙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내 생각에 글은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내게 글 읽기는 리듬감 있는 글을 흥얼거리며 읽는 가사 같은 느낌이다. 나 좀 특이하지 않나?
난 누구에게도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 흔한 끄적임조차도 없던 사람이다. 그냥 오로지 생각만 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손가락이 착실하게 받아 적으니 글이 되더라...
그래서 난 글을 쓸 때는 그냥 흐름대로 쓴다. 나는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뿐이다. 난 말하고 싶다. 너무 말이 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바로 나란 사람이다.
내 실력은 형편없지만 그 형편없는 글이 나는 좋다.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나 같은 글이 나는 좋다. 살면서 이렇게 내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내가 좋아지는 순간이다.
그렇게나 말하기를 좋아하던 내가 너무 긴 침묵에 속이 문드러져 나를 잃어갔다. 그저 살아가던 나를 다시 일으켜준 친구 같은 존재이다. 친구? 아니 그 보다 더 깊지...
우린 깐부 같은 존재이다.
나와 글쓰기는 이제 손 꽉 잡고 놓지 않을 깐부가 되었다. 알지? 한쪽에서 배신하면.... 다 같이 죽는 거야~!!
우린 깐부니까~~!!!
난 좀 그렇게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내 글이 좋다.
그래도 되지 않나? 내가 좋다는데 뭐.. 어쩔 건데..
구리다고 한다면... 뭐 그래.. 그렇다 치자..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내가 좋다는데?

아 시원해...
이거지... 이게 쓸 맛이지.. ㅎㅎ
극 소심이 인프피... 여기서 이렇게 나대 봤다..
기분 뭐 괜찮네...
글쓰기는 내게 깐부고 대나무 숲이기도 하다.
우리 계속 이렇게 깐부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