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그리고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그러나 그 마음 또한 다스려야겠지
요즘 저는 밤이 되면 하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 감사하기'입니다.
왜 제가 밤마다 이걸 하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바로 제 아이지요...
제 아이는 저와 마찬가지로 자가면역질환이 있어요.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긴 거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고 몇 차례 검사가 기다리고 있어요. 더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지난번에 약을 처방받았고 한 달을 지켜본 후 다시 피검사를 해보고 나서 새로운 처방을 주실 거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제 아이입니다. 5월 한 달 내내 몸이 안 좋아서 학교를 가지 못했고 그 당시에도 피검사를 몇 차례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가면역질환의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전 제가 겪고 있는 일이라 아이에게도 언젠가는 이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 달간 학교도 못 가고 애를 먹던 와중에 들은 얘기라 제 마음이 더 무거웠답니다.
아이는 어릴 적에 입원한 적이 있어서 그때 겪은 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세상에 있는 모든 뾰족한 것에 두려움을 느껴요. 그래서 피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이와 저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거죠..
요즘은 밤이 돼서 자려고 눕기만 하면 피검사가 생각이 난답니다.
(6월 초에 피검사를 했고 7월 초에 다시 검사를 해야 함.) 저 모르게 낮에 연필로 자기 팔을 찔러봤다는군요. 엄청 아팠다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많이 안 아프다고 했지만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요.. 제가 안 볼 때 자꾸 그렇게 해보는 거 같아요. 재워야 하는 상황인데 그 얘기를 꺼내며 울기 시작합니다. 온몸을 바둥거리기도 하고 제 팔베개를 하고 몸에 힘을 주고 떨기도 하고... 두려운 감정 때문에 끙끙거리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무려 1시간입니다. 저도 지치거든요. 하지만 아이에게 화낼 수도 짜증을 낼 수도 없어요. 아이의 모든 두려움은 오로지 저의 죄책감이 되거든요. 아이가 그럴수록 제 마음은 무너지죠..
아이가 임신했을 당시에 진단을 받았고 약을 먹었어요. 역시 아이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의 투정을 그냥 아프게 받고 있어요. 세상에 데리고 온 건 저인데 그로 인해 아픈 건 아이니 까요...
어젯밤은 좀 유난스러웠어요. 왜 자기는 이렇게 검사를 해야 하느냐... 왜 나는 그래야 하느냐... 이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냐.. 왜 다른 아이들은 이런 거 안 하는데 나만 이런 걸 해야 하느냐...
한 시간을 울다가 옷도 갈아입히고... 달래고... 결국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와 걸어 다녔죠...
한참을 그러다가 소파에 눕혔고 토닥토닥해주다 겨우 재웠네요... 그러다가 저도 쓰러져 잔 거 같아요..
놀라서 새벽에 깨어보니 제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있더라고요...
이런 일상이 한 달가량 되었어요. 원래도 1시간은 재워야 겨우 자는 아이인데 두려움이 생기니 더욱 그러네요..
낮에는 개구쟁이로 하루를 보내고 재우려 눕히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해서 그런가 봐요. 낮에는 티브이도 보고 놀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할 것들이 많지만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시간엔 온갖 생각들이 떠오르나 봅니다. 원래도 밤을 무서워해서 편히 자던 아이는 아니었지요..
그래서 전 마음을 이렇게 다스리고 있어요.
' 그저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이 아이가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그저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그러고 나서 저의 존재에 대해서도 감사드리고 나머지 가족들의 존재함에도 감사를 드리죠.
이렇게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마음속으로 ' 그저 존재함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감사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어요. 제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제 마음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이더라고요..
저는 꽤나 불안하고 반복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매우 예민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그 방법은 항상 달랐는데 요즘은 이런 반복적인 감사를 통해 불안을 다스리고 있어요.
그리고 제 아이가 검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길 바라지만 좀 더디더라도 저는 기다려야겠지요....
오늘은 낮에 아이와도 대화를 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요..
조금씩 익숙해져야 하는 두려움이니까요. 의사 선생님은 평생 동안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으니...
주기적으로 반복적인 검사는 필수거든요.
아이가 이런 투정을 부리는 건 저는 다 받아줍니다. 이건 아이 스스로도 통제되지 않는 두려움이니까요. 억지스러운 떼를 부리거나 심통을 부리는 것에 대해선 단호하지만 이런 부분은 대부분 그냥 수용합니다.
아이를 세상에 데려왔다는 그 말에 큰 책임감을 느껴요. 아이가 원해서 온 게 아니니까요.
저는 부족하고 허술하지만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만은 단단하다고 느껴요.
저도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가고 아이도 함께 성장하는 거겠죠. 오늘도 그렇게 조금 성장했고 내일도 그러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