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냥 막 튀어올라...
요즘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요. 이런저런 일들이 3월부터 있었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거 감당할 수 없는 거.. 모든 것들이 버무려져서 제 마음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었답니다.
참 복잡한 생각들이 많았고 그 와중에 삶을 바꿔보겠다고 여러 가지 도전을 했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요..
제 아이는 결국 이번 주에 등교를 안 하기로 결정했고 데리고 있는데 방학처럼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욱하기도 하거든요. 마음이 복잡하니 쉽게 다스려지지 않고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이 감정을 실은 말을 내뱉게 만들더라고요. 아이는 외동딸입니다.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지요. 워낙에 저체중이라 먹는 것에 민감하지만 잘 안 먹으려 하고 놀고 싶은 에너지는 엄청 강한 아이인데 이 아파트는 너무 답답하죠.
돈 벌어서 3층 집을 사서 마음껏 뛰며 살겠다는 게 아이의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루려고 저에게 자꾸만 그림을 그려서 팔거든요..ㅡ,,ㅡ 저는 뭐... 그냥 가격 흥정을 적당히 하고 물건을 사줍니다.
어제는 아이에게 " 엄마가 왜 화가 나지? 내 마음이 왜 이렇지.. 나도 잘 모르겠어.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알아야겠어. 자꾸 너에게도 화를 내게 되거든. " 이렇게 말한 후 한참을 생각했지요. 그랬더니 결국 그 답을 알겠더라고요. 낮에 했던 제 생각 때문이었어요. 결국 그 부정적인 생각 하나 가 저의 마음을 하루 종일 복잡하게 만든 거였더군요. 저는 제 감정이 불편하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을 하고 그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거든요.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요..
오늘 오후에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집안 정리를 시작했어요. 한참을 정리하다 보니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아이에게 한 말은 아이가 밖에 나가서 남에게 들을 말이 된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상처가 되거나 비난이 되는 말을 하게 되면
고스란히 밖에서 아이가 듣고 상처받게 된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요즘 아이에게 하는 제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자책을 하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제 자신을 반성했고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죠.
그리고 과거의 저를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사실 저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좀 듣고 자랐어요. 아주 어렸을 땐 그런 거 같지 않아요. 하루 종일 눈만 뜨면 밖에 나가서 놀고 집에선 밥만 먹고 잠만 잤으니 들을 시간도 없었을 거 같아요.
청소년기가 되면서부터 많이 듣기 시작한 거 같아요. 하루가 너무 고되고 몸이 너무 힘드셨으니 여유가 없기도 하셨죠. 그리고 워낙 완벽주의시다 보니 성에 차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요. 성인이 돼서는 모든 게 저의 모자람에 대한 잔소리였으니 저는 언제나 모자란 사람이란 생각이 무의식에 있었답니다. 엄마는 그냥 어리버리한 제 행동을 탓한 거지만 저는 제 자신을 부족한 인간으로 낙인찍어버린 거죠. 제가 실제로도 당찬 성격이었다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잔소리였겠지만 저는 아주 소심한 아이였거든요. 가진 재주는 많아도 그 재주가 특별하지 못했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한 그냥 그랬던 아이였으니까요. 너무 평범했어요 저는....
그래서 제가 뭔가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저는 사실 너무 어려워요. 자기 계발 서적이나 동영상이나 그런 걸 1년 가까이 죽어라보고 몇 달간은 진짜 무의식을 바꾸려고 몰입해서 의도적으로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겨우 약간의 껍질을 벗기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한 거죠. 한 가지가 되니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마음이 생겼고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제 무의식엔 나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인간'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거죠. 요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의식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불안했나 봅니다. 다시 자신 없는 저로 돌아와 버린 기분을 느꼈어요.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이 높고 마음이 여린 사람은 가까운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린답니다. 제가 그런 케이스죠. 그래서 이번 도전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해나갔답니다. 결과가 눈앞에 보일 때 그때서야 말을 했죠. 어떤 의견도 듣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그건 꽤 효과적이었어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그때 엄마의 잔소리가 백번 이해도 됩니다. 얼마나 속이 답답했을까도 싶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제 마음도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제 아이를 보며 과거의 저를 보게 되고 과거의 엄마를 보게 돼요. 가끔은 그런 제가 안타깝고 화가 나고 그렇답니다. 저희 엄마는 진짜 희생하며 헌신하는 사람입니다.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죠. 다만 우리가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자식에게 더욱 괴로운 일이랍니다. 부모는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자식은 괴로움을 느끼게 되죠. 전 그랬거든요. 세상의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느꼈으니까요.
그 마음이 이토록 제 삶에서 큰 영향을 줄지는 몰랐어요. 그건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그런 외로움과 싸우거든요. 그런 외로움이 내면에 너무 깊은 게 문제죠.
그래서 제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내뱉어 버린 말에 제가 상처받게 되더라고요. 이러면 내 아이가 나처럼 클까 봐요.. 제 아이가 누구보다 예민하고 불안이 높고 민감한 아이라는 걸 제가 잘 아니까요..
아이를 재워놓고 저 자신을 자책하며 울었던 날도 있었죠. 사실 많았어요. 제가 우울증이 심했을 땐 진짜 제 감정을 조절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날엔 육아 강의 동영상을 몇 시간이고 보고 마음을 다시 잡고 그랬었어요.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땐 그렇게 동영상을 보고 또 울고 자책하고 다시 보고 자책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땐 잠도 거의 못 잤었죠.
저희 엄마가 시도 때도 없이 폭언을 하시고 그런 분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와 부딪히며 하는 평범한 잔소리죠. 너는 대체 왜 이러냐... 뭐 이런 거죠... 문제는 제가 워낙에 예민한 아이였다는 건데 더 문제는 엄만 그걸 모르셨어요. 제가 꽤나 유쾌한 아이라 생각하신 거죠. 제가 언제나 웃고 언제나 착한 그런 아이였거든요.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온순한 아이였죠. 아이에 대해 정확히 모르면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죠. 아이의 기질을 모르니까요.. 엄마는 자신이 희생해서 헌신적으로 내 새끼들 지키고 보살피는 게 최선이셨어요. 정말 최선을 다하셨어요. 엄마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때까지만이라도 자신이 살아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답니다. 그 정도로 몸이 고단하셨데요. 언제라도 과로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요.. 이건 성인이 돼서 들은 말이랍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인간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다 하신 건 중학교 때 들은 말이지요. 자유롭고 싶으셨나 봐요. 저는 뭐랄까 그냥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니 힘들었을 뿐.... 너무 미안한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이 섞여있었죠.
제가 워낙 통제를 많이 받고 자랐어요. 성인이 돼서도 (안전에 대한) 통제를 많이 받았다 보니 제 판단에 자신이 없는 성격이 되더라고요. 언제나 저를 걱정하셨어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것도 그 영향이 있다는 걸 얼마 전에 느꼈어요. 제가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알 수 없었던 저를 알게 되더군요. 아이는 정말 제 모든 의식을 자극하는 존재인 거 같아요.
저는 뭔가를 결정하고 선택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게 두려워요. 이게 맞는 걸까.. 이게 맞는 걸까..
그리고 지독스러울 정도로 후회를 해요. 자꾸 그러다 보면 우울감에 빠지죠. 이런 걸 반복하는 게 저였거든요.
늘 이렇기만 했던 저의 생각하는 패턴이 바뀌기 시작한 건 글쓰기가 시작이었어요.
글쓰기는 놀라워요. 깊게 생각만 할 때는 이런 감정들이 해소되는 걸 느끼지 못했어요. 사실 감정이라는 게 누른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감정은 그냥 그 자리에서 언제든 버튼만 누르면 다시 튀어 올라올 준비가 되어있는 두더지죠. 동전만 넣으면 자동으로 튀어올라 망치로 내려치면 다시 들어가지만 다시 동전을 넣으면 언제든지 튀어나올 그런 존재니까요.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해소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묵은 감정들이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 처럼 천천히 벗겨지는 걸 느껴요. 아주 천천히 아주 더디게요. 그리고 벗겨진 자리만큼 감사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느껴요. 원망했던 마음도 조금씩 해소가 되어가고 그 자리에도 감사의 마음이 조금씩 자리 잡고요..
예전보다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더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생각을 하다가 꼬여버리고 더 답답해지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생각하다 보면 왜 이런 감정에 빠진 건지 더 빨리 알아차리게 돼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어요. 회복탄력성이 더 좋아진 걸 느껴요.
예전에는 감정의 전환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감정의 해소를 생각해요.
언제든 튀어 오를 두더지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는 부드럽게 다룰 방법을 찾은 거죠. 글쓰기는 아주 부드러운 해소 방법이었어요. 오늘도 아이에게 한 몇 가지의 말에 스스로 자책하다 생각에 빠지고 과거의 저를 다시 꺼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해소되는 묵은 감정을 느꼈지요.
해소된 공간에 감사가 자리 잡았고 저는 또다시 " 그저 존재함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답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전혀 다른 감정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생각의 끝이 " 그저 존재함에 감사합니다."로 연결되는 하루였어요.
글쓰기는 저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답니다. 참 고마운 글쓰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