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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25. 2022

내 차를 긁은 푸 아저씨

참....많이도 긁었더라.... 오지게도 많이...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나른한 몸상태를 느끼며 살짝 졸고 있었어요. 그 전날 너무 늦게 자서 오후가 되니 잠이 솔솔 오더군요... 마트 가야 하는데... 이러면서도 늘어지는 몸상태를 살살 느끼고 있던 중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우웅...........우웅..............우웅..........??????

누구??????

모르는 번호였고 혹시나 또 광고인가 싶어서 받을까 말까 3초간 고민을 한 끝에 받았죠.



"0000 차주 되십니까? 제가 주차를 하다가 차를 좀 긁었습니다....."

"..........................................."

그 뒤로 주고받고 주고받고...

일단 사진을 보내준다 해서 받았는데.............. 아.... 이건 출동이네...

이러고 내려감..



실제로 본 흰둥이의 옆 이마는... 사진에서 보던 거보다 더 리얼했음..

상대방 차를 보니... 이건 뭐 체급 차이가... ㅡ,,ㅡ;;;;

SUV랑 중형차가 만나니 이런 결과가 나는구나 했음...

같은 승용차였으면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우리 흰둥이 저 덩치 큰 놈한테 싸대기 대차게도 맞았다 싶었음.....쉨...내새꾸 때렸어.... 걷어차버릴까? 

잠시 고민... 희한하게도 차주보다 이 덩치 큰 차가 미운 상태였음... 아무리 봐도 희한한 내 정신세계...

차주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난 흰둥이 이마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음...

그때도 내 상태는 살짝 나른한 상태였음... 공격력 제로상태....



그리고 

타타타 타타타... 타타타타타...

뛰어오는 저 멀리 보이는 푸 닮은 아저씨...........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는 게 보임.... 흠..... 저 사람이군...

뭐.. 긁힌 부분을 닦아낼 머시기를 사러 갔는데 없어서 그냥 뛰어왔다는 사정 이야기를 하심...

그냥... 덤덤히 듣고 있었음..

" 네..."

"......................" 땀을 흘리며 제 말을 기다리심....

" 많이 긁으셨네요..."

"......................." 땀을 더 흘리심...

" 말씀하신 걸로 닦으면 닦아질까요? "

닦아보신다고 열심히 이야기하심...

" 음.. 그런데 여긴.. 까지기도 했네요..."

"................................"

" 흠... 뭐 그럼 뭐... 한번 닦아보세요.. 전 지금 나가봐야 해서..."

".............. 아... 네..."

" 일단 닦아보신다고 하셨으니.... 닦아보시고요.... 전... 급한 건 아니니.... 연락 주세요."

" 아.. 네..." 긁적긁적..... 진짜 가는 건가 하는 눈빛으로 아련하게 보심............

난................. 그냥 출발...........

어리둥절하신 푸 아저씨만 주차장에 남음....

내 목소리는 뭐 게으른 고양이 같았고 사실 그때까지도 졸음이 싹 가신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ㅎㅎ



몇 시간 뒤에 아저씨와 문자로 좀 연락을 주고받았고..

일단 날을 잡아서 아저씨가 열심히 닦아보시겠다고 했지요...

주변분들이 보험이야기도 해주셨고... 저도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생각보다 면적이 좀 되길래요... 흠.... 어찌해야 하나 좀 고민되긴 했지만..

일단 닦아보고 그래도 정 안 되는 상황이면 그때는 실비로 처리할지 어떨지 생각해보자고 말씀드렸답니다.



근데 진짜 저 자신이 웃겼던 건............

어떻게 그 상황에 화가 하나도 안나지? 왜 그랬지? 

그냥... 그러시구나..... 반응이 너무 그래서 오히려 아저씨가 당황해하셨어요...

뭔가.. 얼떨떨하다고 해야 할까?? ㅎㅎ

그냥 제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연식이 좀 된 흰둥이긴 하지만 화가 날 법도 한 상황인데.... 참 희한하지...

세월을 잔뜩 맞은 흰둥이에게 주름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인 듯하고.... 뭐 그랬어요..

이렇게 긁은 건 ' 일상 속 요모조모 ' 매거진 속에 있는 '빨간 차'를 찾아보시면 비슷한 에피소드가 또 있어요 ㅎㅎ



백미러에 비치는 얼떨떨해하던 푸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서 출발하면서도 웃었어요...

저의 대응하던 모습도 생각이 나서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화가 안 나니 얘야................ 너 참 특이하다...ㅋㅋ



아저씨는 다음날 저에게 열정이 가득한 문자를 보내셨어요..

이왕 하는 김에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전용 물건을 주문하셨다고.........ㅋㅋ

그래서 뭐... 잘해보시라고 했죠 ㅋㅋㅋ

뭔가 웃기는 상황... 서로 화이팅하고 있어 ㅋㅋㅋ



초극세사 예민돌이인데...참 이럴 땐 오히려... 덤덤함 ㅋㅋ 진짜 희한한 생물임...

가끔은 저 자신이 무척이나 희한한 생물로 보일 때가 있어요.. 꼭 이럴 때같이...ㅋㅋ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엄마에게 얘기했다가..

우다다 다다다~~~~ 잔소리 듣고.... 음... 화가 났어야 했나? 이랬으니깡...ㅋㅋ 

자잘한 거에 짜증 나고 이런 거엔 무덤덤한 독특이...



그 독특이 오늘도 독특하게 춤추다가 짱구에게 딱 걸려서 같이 춤춤.....ㅋㅋㅋㅋㅋㅋㅋ



짱구 " 다시 태어나도 엄마한테 태어날 거야!"

 아  " 왜?"

짱구 " 웃기니깡~~!!! "

 나  " ㅡ,,ㅡ ;;;;;;;;;;; 그러지 말고 이유를 더 말해줘! "

짱구 " 1번 웃기다. 2번 웃기다. 3번 웃기다. 4번 웃기다. 5번 웃기다~~ "

 나 " 아라따 아라따 그만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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