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내 기억이 싹둑 잘려나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자동차 트렁크에 실려있어야 할 내 카트가 없다. 그때부터 나는 멘붕이었다. 왜 없지? 어째서? 분명히 사용한 기억이 있는데? 뒷좌석에선 아이가 소리친다.
" 그걸 어떻게 잃어버려! 그게 말이 돼?"
ㅡ..ㅡ 하...... 그런데 진짜 기억이 전혀 안 난다. 어디 있을까 그게...
내 카트로 말할 거 같으면 내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쓸 그런 존재가치가 아니란 거다. 내 카트는 내가 차를 타고 나가면 반드시 나와 함께 귀가하는 내 돌돌이이며 내가 외출을 할 때도 함께 나가는 돌돌이니까...
무소음 돌돌이 바퀴는 내 사랑을 독차지했고 나는 내가 가진 카트들 중에서도 유난히 돌돌이만 사용했으니까... 이건 뭐랄까.. 그냥 내 가방 같은 존재였단 이 말이다. 그런데 그게 없어진 것도 모르고 며칠을 보냈다니..
그동안 난 뭘 한 거니...
나는 그동안 돌돌이 2호를 사용 중이었다. 이 녀석은 무소음도 아니었고 돌돌이 1호를 산 이후로는 거의 사용한 적이 없던 녀석이다. 무소음의 길쭉한 키를 자랑하는 돌돌이 1호를 산 이후로는 그냥 현관 한쪽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거든... 1호와 2호의 차이라 함은 그냥 애정의 정도?
어쨌든 간에 그렇게나 매일 사용하던 돌돌이 1호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했다. 어디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다른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일주일 전에 있던 스케줄....
대형마트에서 완전 득템 한 캠핑의자들을 내 트렁크에 가득 채웠던 날이다. 나는 그날 트렁크를 정리했고 그날 산 물건을 차곡차곡 실었다. 그리고 집으로 왔지... 주차장에 돌돌이 1호를 내버려 둔 채....
까만 그 녀석은 어두운 밤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다. 그게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웃기는 게 다시 생각났다는 부분에서 아직 치매는 아니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거...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진짜 특이한 인간..
그거 굉장히 쓸만하고 굉장히 사용하기 좋은 건데 누가 가져갔을까? 다시 마트로 가서 혹시 주차장에 남겨진 까만 돌돌이 못 봤냐고 물어봐야 할까? 아휴 진짜 이 똥 멍청이!!! 마빡 딱 대~! ㅡ..ㅡ 셀프 꿀밤이라도 줘야겠다. 아픈 거 싫은 나는 주접만 떨고 그냥 시무룩하다. 어떻게 몇 년간 매일 사용하던걸 잊냐...
나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굉장한 인간이라 13년간 사용한 냉장고를 내보내야 할 때는 눈물이 맺히기도 한 인간이다. 특히 나와 긴 시간을 함께 한 물건에는 유난스러울 정도이니까...
내일 아이의 병원 일정이 있어 그 주변을 가야 하는데.... 겸사겸사 방문해서 슬쩍 물어볼까? 근데 뭐라 한다니... 고객센터라도 가야 하나? 아휴 참... 지지스럽다 진짜.... 자주 잊어버려서 메모하는 습관은 딱 들여놨는데 뭘 잃어버리고 일주일을 딩가딩가 보낸 적은 처음이다. 뭔가 버려두고 그냥 와버린 찜찜한 기분이다. 내 돌돌이 1호.... 슬쩍 가서 물어봐야겠다.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돌돌이는 내게 중요하니까~!! 암 중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