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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12. 2022

어무이 감솨합니다~~



하필 그 시간에 홈쇼핑을 보신 어무이...

하필 그 시간에 아부지랑 함께 보신 어무이....

하필 그 시간에 방송 종료 시간의 임박함이....

감솨합니다~~~~ ㅎㅎㅎㅎ



저는 저녁 시간에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 지금????

궁금함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 지금 00홈쇼핑에서 그거 한다 그거~!"

" 그거? 그게 뭔데? "

" 그거 있잖아 머리 마는 거~!"

아......다이스니모니다.....그거 말이구나....ㅎㅎ

" 그거는 왜?"

" 지금 빨리 봐봐~! 끝나간다~~~"

후다닥 열어보니 (저는 티브이 안 봅니다. 핸폰으로 열어봄) 방송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

" 이거 왜? "

" 너 머리하라고~!"

" 으잉? 내 머리? 저걸 사줄라고? "

" 그래 머리 좀 말고 다녀라~!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11월 말경 어무이의 생일 파티가 있었지요...

그때 전~!

1년 반이라 묵은 제 묵은지 같은 긴 머리를 쪼메 다듬었습니다.

그때 약간의 힘을 줬죠...

어차피 가족 모임에 가야 하고 어차피 머리를 자르는 김에~!

멋이라는 걸 오랜만에 한번 내 본 거....

그때 약간의 돈을 얹어주며 힘껏 말린 제 머리는 무척이나 예뻤습니다.

어메이징 했죠.................... 나이스~~

제 모습을 본 어무이는 깊은 감명을 받으셨나 봅니다.

무척 엘레강스 했거든요......... 제가 봐도 감동... ㅜ,,ㅜ

그런 머리를 마는 것에 목돈을 쓰실 분이 절대.... 절대 아닌 분인데 ㅎㅎㅎ

느닷없는 '다이스니모니다'의 하사품은 정말이지 땡큐였죠 ㅎㅎㅎ

어무이의 깊은 감명이 잔상을 남겼고.... 때마침 두 분이 홈쇼핑을 함께 봤으며...

어무이가 " 저거 머리 마는 건데 00이 사줄까?" 하니.....

아부지가 " 그거 좋지~!" 해서 한방에 쿵짝~~!!하고 결제가 되어버린 상황...

우리 어무니 혼자 있었으면..... 혼자 생각만 했을 거임 ㅎㅎ



타이밍이 나이스했다....ㅎㅎ



그리고 말입니다.

' 다이스모니다'가 도착했지요...

참고로 저는 머리숱이 많아요...

이번에 머리카락을 쪼메 정리할 때도.... 속 머리는 솎아버렸~~~!!!!

" 어머 손님....정수리는 안 그런데.... 뒷머리는 진짜.... 많네요.... 숱을 쳐야겠어요.."

" ㅡ,,ㅡ 흠흠 네 그렇게 해주세요......"

일단 저의 상태는 이랬지요...

전 기대감을 갖고 언박싱을 했어요....

와우~ 우아한 자테.....드라이기란 자고로 무조건 센 놈이면 되는 나였는데....

아니야....이건 우아함이 있어도 좋구나~~~



저는 설명서를 꼼꼼히 읽었고...

머리를 말았습니다...

으잉?????? 뭐지??????

ㅡ,,ㅡ 아.............이거 어디다 갖다 붙이니??

츄로스만큼도 안될 양을 잡고 해야 했던 거.....

아놔...내 머리는 길고.....숱은 많은데..... 이거 이거 참....

저는 짱9에게 오라해서 머리를 말아봤습니다.

짱9 역시 머리가 길지요...

하지만 어린이라 그런지 적당한 양이더군요.....

딱 적당했어요....

저의 반 곱슬기..... 많은 숱엔......무리데스요.....ㅡㅛㅡ 킁~!



하지만~~!

저는 끝까지 말았어요 ㅎㅎㅎㅎㅎ

예전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한 손엔 드라이기.......한 손엔 롤 빗을 들고 뜨거움과... 

팔의 달달거림을 참아가며 말았던 그때를....

그 옛날에 비하면 이까이꺼 뭐~??? 뭐???

포시라빠져갖고~! 정신차렷~~!!!

( 포시라빠져갖고.....뭔가 좀 나약스러움을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

시간이 걸릴 뿐......내 팔은 안전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ㅎㅎㅎㅎㅎㅎ

열심히 연습했더니 제법 기술도 나아져서...

오늘 아침엔 짱9 머리 예쁘게 말아서 반묶음으로 등교시켰답니다.

짱9는 자기 머리를 보며 " 우와~~고급 지다. "

ㅡ,,ㅡ 이 놈이 언젠가부터 자꾸만 ' 고급 지다~' 이러면서...

눈썹을 씰룩거려요..... 

아무래도 흔한 남매를 보고 배운 건 아닌가 싶음....

만화책 모으고 있거든요........

장래희망 1지망 유튜버, 2지망 개그맨인 놈.....



머리카락에 잔뜩 힘을 줘서 보냈더니 ...

뭔가 걸음걸이에 힘이 더 들어간 거 같은 느낌으로 등교를 하더군요 ㅎㅎ

그런데 약간의 고민이 생겼어요...

이놈이 이거..... 매일 말아달라고 하면 어쩌죠?? ㅎㅎㅎ

아놔 아니 되는데.....



저는 원래 꾸미기를 좋아했던 아가씨였어요~~

짱9 임신하기 전에는 네일아트도 매주하고 향수도 뿌리고 악세사리도 매일 했죠...

그래선 제가 임신하면서 모~~~든 걸 중단한게 지금까지입니다 ^^

이제는 그냥 봉다리 하나에 화장품이 다들어감...ㅎㅎ

안방 화장대는 제 책장이고 그것도 모자라 거실에도 놓고....

제 화장품은 봉다리 하나에 때려 넣고 대강 챱챱챱하고 나가요...

어디서?? 식탁에서 ㅎㅎㅎㅎㅎㅎ

그게 아쉽거나 안타깝냐?? 아니요~ 절대로요 ㅎㅎ

안방 화장대 한쪽이 책장처럼 생겨서 너무 좋고 기가 막히게 책이 쏙쏙 들어감~

식탁은 조명도 좋아서 잘 보여서 좋지요~~~

저는 좀 제가 편리한 방향으로 생활하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의 인테리어를 심하게 망치지 않는 한.... 무조건 편리한 동선입니다.



제가 옷이 없느냐? 아니요 많아요 ㅎㅎ

그냥 제가 유니폼을 입고 다녀서 그래요 ㅎㅎㅎ

겨울이 어찌나 좋은지......츄리잉 돌려가며 입는 그 편리함이 째지게 좋아요...

파카로 돌돌 말아버리면 끝~! 

제가 지금 두 달 넘게 같은 옷만 입으니.....어무이가 보고 짜증이 좀 나신듯 ㅎㅎㅎㅎ

우리 어무이는 젊은 애는 좀 꾸며라고 ㅎㅎ 저에게 마스크 팩 사주시고 그러는데...

모든 화장품을 그렇게 하사받고 있음....



전 그냥 특별한 날이나 꾸미고 싶을 때만 힘을 주고...

나머지는 진짜 몇 개를 돌려 입어요...

뭘 입을까? 이것조차 고민하고 싶지가 않아요.... ㅎ

예전에 저는 겨울이면 짧은 스커트에 부츠를 신던 아가씨였지만....

지금은 무릎이 시려서 여름에도 롱 원피스 안에 레깅스를 입는 주부입니다.


ㅡ,,ㅡ 세월............................. 이 내 무릎도 갉아 묵었어.......



그래도 괜찮습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글도 쓰고~~

내 인생 찾아가며 살고 있으니깡~~!

뿌연 앞을 양팔로 허우적거리며 맨정신에 헤매고 살던 청춘보다....

지금의 또렷한 정신으로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제가 더 멋집니다.

기특하다 나..........ㅡㅛㅡ 노력했다 나.....



날 잡고 예쁘게 머리 말고 힘도 한번 줘서~~~

짱9랑 놀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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