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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25. 2022

나를 들여다보았나요?




인간의 불행은 조용한 방 안에서 홀로 앉아 있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팡세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이 말이 참 와닿았어요.

저야말로 산만함의 끝을 달리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생각은 많았지만 그건 사색이 아니었고 그냥 복잡한 도시처럼 정신없는 소음이었어요.

고요함 속에서 혼자 사색할 수 없으면 진짜 나를 들여다보기가 어렵거든요..



TV를 보던 시절에는 집에 들어오면 옷을 벗자마자 TV부터 켜는 게 일상이었어요.

당연히 들려야 할 음악소리처럼 보고 있지 않더라도 틀어놓고 생활을 했었죠.

그건 그냥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어서 어떤 이유도 없었어요.

집에 오면 외출복을 벗고 집안용 옷으로 갈아입는 거처럼....

내가 아니어도 다른 이들이 TV를 켰고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시청 시간을 정했지만...

이제는 아예 TV 커버를 씌우고 생활을 합니다.

필요한 건 스마트폰으로 해결을 하고 TV를 보지 않은지는 몇 년이 되었어요.

저 TV는 오로지 아이의 유튜브 시청을 위해서만 존재함...



TV와 같은 미디어를 멀리하고 오락 영화를 안 보기 시작하고..

여러 가지 매체를 가려서 보고..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들은 많았어요.

어릴 때도 책을 안 보던 아이... 그게 저였죠..

" 전집 사준 건 00이 다 보고 너는 한 권도 안 읽었다. " 

엄마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제가 책을 싫어했다고요..

00은 남동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해서 시험 기간에도 문학전집을 보던 녀석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동생은 이제 책을 읽지 않은지 오래되었어요.

그리고 전 나이가 들어 책에 빠졌죠.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래서 찾은 게 책이었고 책을 읽다 보니 더 궁금해진 거죠..

호기심이 생기고 그것을 참지 못해서 또 읽었어요. 

알고 나니 더 알고 싶어서 또 읽었죠.

그런 식으로 계속 읽다 보니 머릿속의 잡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불안도 조금씩 가라앉고...

조용함을 즐기게 되고.. 생각이란 걸 하게 되었어요..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분명 자신에게 맞는 책이 있어요.

다만.... 다른 것에는 끈기가 없는 제가.... 책은 읽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읽어낸다는 거...

어떤 책은 한 페이지를 읽고도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돼서...

10일이나 걸리기도 했어요.... 

모든 문장이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읽는 내내 고통이기도 한 시간이었죠. 

때로는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책 한 권을 한 번에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읽다가도 다른 책을 읽기도 해요.  이제는 한 권을 끝내야 한다는 마음을 비웠죠.

몇 페이지를 읽더라도 그만큼을 읽고 생각해야 한다면 책을 덮고 생각을 해요.

며칠 동안 그 생각을 하기도 하죠.

그러다가....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어떤 책은 색연필로 줄을 긋고 어떤 책은 연필로 대충 줄을 긋고....

어떤 책은 줄조차 긋지 않고 읽어요.

책의 모든 문장에 줄을 그어야 해서 그대로 두기도 해요. 

책마다 제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진짜 단 하나의 문장이 와닿기도 하죠.

그런 문장은 종이에 적어서 벽에 붙여놔요.

에밀 쿠에의 말이 너무 좋아서 집안 전체에 붙여놓고 살고 있답니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짱구에게도 읽게 해요.

달달 외우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술술 나온답니다.

에밀 쿠에는 아이에게 매일 20번씩 읽게 하라고 했어요.

아이가 말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더군요..

뒤로 눈에 띄는 모든 곳에 붙여서 읽게 해요.

외출하기 전 현관에도 붙은 이 문구를 볼 수밖에 없죠 ㅋ ...^^

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마음에 새기고 싶었어요.

짱구는 자신이 행운의 여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답니다.

제가 매일 ' 럭키걸~!'이라고 말해줬더니...

" 엄마 나는 행운의 여신이야~! "라고 말한다는 거..... ㅡㅛㅡ ㅋ

그러더니 진짜로 ' 네잎클로버 '를 찾아와서 코팅했어요 ㅋㅋㅋ



딱 맞는 주차 자리가 나와도 " 역시 우리 럭키걸이랑 있으니 좋은 일이 생기네~"

신호가 딱 떨어져도 " 역시 우리 럭키걸이랑 있으니 신호도 좋네~"

때로는 눈앞에서 신호가 끊기지만..... 다시 초록불이 뜨면~~~ 

" 럭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출발을 해요 ㅎㅎ

이거 별거 아닌데 텐션 장난 아니게 오르거든요...

뒷좌석의 짱구도 똑같이 텐션이 오릅니다...

뒤에서 웃기다고 웃고 난리 나거든요 ㅋㅋㅋㅋ

그냥 기분을 끌어올리면 사람이 즐거워지죠? 그럼 다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

별것 아닌 거에 짜증 나던 것도 덜하고 그날의 기분을 잘 유지할 수 있었어요.



날마다 점점 더 좋아질 거란 거...

되도록 긍정적인 말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과한 칭찬이 아니라요..

그렇게 매일 생각하고 믿다 보면 어제보다는 조금 달라진 내가 느껴져요..





조용히 혼자 깊은 사색에 빠지고...

나를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런 내게 '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 라는 긍정 암시를 주는 것도요..

어느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까요...

삶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해서 그게 한 달이 쌓이고 일 년이 쌓이고 몇 년이 쌓인다면..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거 같아요...

후회만 남는다면 너무 슬플 거 같거든요...

한동안은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전 그것이 두렵고 슬펐거든요...



어느 날 책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슬픈 게 아니구나...

그래서 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요..

삶의 그래프는 모두 달라요..

저의 그래프는 어느 순간부터 내리막이었죠..

하지만 생각을 바꾼 순간부터 달라졌고...

저는 제 그래프를 열심히 그리는 중입니다.

땅속에서 수년 동안 잠을 자듯 고요한 대나무처럼 눈에 보이는 커다란 성과는 없지만...

어느 순간 땅을 박차고 단 2주 만에 수십 미터를 자라는 대나무처럼...

저의 그래프는 그렇게 달라질 겁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어주고 그 믿음을 꽉 잡고 땅을 꾹꾹 밟으며 가는 거죠..

저는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입니다.

두려움이 가득한 거북이가 아니라 믿음을 품은 거북이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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