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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02. 2023

산만함이 내 멱살을 짤짤 흔들다.

뭐라는 거야... 뭐 하니 너?







사방에서 느껴지는 자극은

도파민을 자극했고..

나는 자진모리장단에 춤을 추듯..

호르몬의 노예가 되었다...






거 누구요??

나??
너를 흔들 유혹의 소나타다~~!!!




그랬다. 나는 사방에서 손짓하는 모든 유혹과 외부 자극에 술 한잔 거하게 드신 아재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실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재처럼 사방에서 나를 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 자극에 퐁당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어찌나 즐겁던지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것도 몰랐다....



인생이 무료했다. 재미가 없었고 사는 게 심심했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지만 난 우울증이 꽤나 깊었었던 사람이다. 어둠의 자식이 어두운 땅굴을 좋아하듯이 스스로 파놓은 땅굴에 기어 들어가 훌쩍거리던 휴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충격적이고 슬픈 일을 겪었었고 그 일로 인해 내 삶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었다. 그 뒤로 내가 파놓은 굴에 틀어박혀 겨우 숨만 쉬던 휴먼이었다. 





그랬던 내가 미친 듯이 광기 어린 독서를 시작했었고 그 덕에 난 겨우 흙을 파고 땅굴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밖이 어찌나 변했던지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헐벗은 느낌마저 들었었다. 뭐 지난날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찌질 그 자체였다. 이제는 그런 과거의 나를 이해하지만 그땐 자기혐오가 대단했었다. 



무심히 노트북을 노려보다 첫 글을 적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일 년이 조금 넘는 과거에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일기를 처음 쓰고 친구에게 보여주는 콩닥거리는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어설프고 투박한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글을 마구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족한 내가 즐거웠고 모자란 내가 어여뻤다. 

이렇게 다시 살기로 마음먹은 내가 감사했다. 그 감사함에 글쓰기가 더욱 신이 났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흐른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자진모리장단에 춤을 추듯 호르몬의 노예가 되었냐고?

나는 내가 사랑했던 부족하지만 사랑스러웠던 내 글을 한동안 쓰지 못했었다. 그 덕에 머리는 굳어갔고 할 일이 태산이라며 나 자신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그렇게 무섭게 몰아붙여서 얻어낸 성과는 많았지만 내면의 나는 꽤나 지쳤었나 보다.. 한꺼번에 수없이 많은 정보가 머리를 뚫고 들어오려니 오히려 머리가 멈춰버린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산만함의 춤을 격하게 추다가 철퍼덕하고 엉덩방아를 찧은 셈이다. 



결국 나는 선택해야 했다. 집중해서 활동하던 단톡방에 잠시 휴식을 갖겠다고 말하고는 진짜 잠수를 타버렸다. 나 하나 종알거리지 않아도 흥겹게 돌아가는 단톡방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역시 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일정 몇 가지만 남겨둔 채 나는 카톡을 닫아버렸다.지금이 5일째인데 손가락이 어찌나 근질거리는지 흡연자가 니코틴에 찌들어 담배만 찾아대는 상태처럼 보였다. 내 손이 입보다 빨라서 엄청난 타수를 자랑하는데 그런 내가 눈을 질끈 감고 다 끊어버린 것이다.



사실 내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감정기복이 말도 못 하게 심해졌고 어떤 일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타인에겐 그렇게나 열심히 알려주면서 나 자신은 정작 챙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는 말이 딱 내가 들어야 할 말이었다. '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 응? 정신 좀 차려라..' 내게 쓴소리를 하며 카톡에 가는 시선을 잡아채고 방치해 둔 다이어리를 꺼냈다. 다시 나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혼란스러웠던 감정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는 대단히 산만한 휴먼인데 다시 꺼내는 말이지만 난 성인 ADHD가 있다. 학교 다닐 땐 혼자 꿈속에 있는 것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선생님들 보고 있으면서도 먼 곳을 보는 시선이었다. 무엇을 들어도 내 머리엔 들어오지 않고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단절된 듯한 그런 아이였다. 항상 다른 세상에 있었고 누군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다면 꽤나 놀랄법한 생각도 많이 했었다. 끊이지 않는 생각과 상상이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단톡방에서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나는 1분이 되지 않는 시간에 대답을 해준다. 그 뒤로 끝없이 나오는 칼국수 면처럼 아이디어가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인간 챗지피티 같다고... 어떨 땐 누군가 한 질문에 답변을 해줬다가 그게 챗지피티의 답변인지 사람이 쓴 건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런 순간이 있다. 미친 듯이 떠오르는 생각이 상상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는 나를 압박하는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멈추지 못하니까... 이제는 느끼고 있다. 내게 강박이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잘 써먹을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나를 압박하는 강박이다. 



이런 멈춤의 시간을 앞으로도 가질 생각이다. 나 하나 없어도 공간은 잘 움직이고 있고 나는 한 번씩 그림자처럼 방관자가 되고 싶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냥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시끄러운 곳에서 나를 잠시 조용한 곳으로 옮겨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헤드셋을 씌워줄 것이다.

내가 그런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왜 그동안 나는 그걸 몰랐을까... 



나는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면 가끔 걸리는 '호르몬의 노예병'도 줄어들겠지 ㅎㅎㅎ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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