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돌아온 집일까요?
유학 갔다가 귀국해서 원래의 내 자취방에 돌아와 책상에 앉은 기분이에요.
모든 게 그대로인 내 방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만져보고 먼지가 조금 쌓인 책장에서 반가운 책을 발견한 느낌..
저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못하는 성향인데 지난 몇 달간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살았어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게 나였을까 싶을 정도로 주변을 보지 않았어요.
서툴고 어리숙한 제가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남보다 몇 배의 시간이 필요했고 제겐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다른 모든 시간을 내려놓고 눈앞의 시간만 보고 달렸죠.
원래의 저는 부드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서 집안에서 흐르는 공기도 느끼고 타닥타닥 하나씩 써지는 저의 글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이곳에 마음을 얹어놓고 되새김질하듯 제 글을 읽으면서 제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런 시간을 즐겼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여러 도전을 하려다 보니 제 감성과 맞지 않는 일들을 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저를 재촉하다 보니 지금이에요.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미래로 와버린 느낌이네요.
단 한 번의 휴가도 없이 휴일도 없이 그렇게 보낸 시간이었어요. 여행은 언제였을까? 기억이 안 나네요..
그래도 후회는 안 합니다. 제 시간은 줄어들고 있잖아요.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후회는 안 합니다. 내 감성과 멀어져 있다 해도 이렇게 다시 돌아올 집이 있고 다시 힘을 내서 도전하고 싶어요.
저는 이런 걸 할 줄 몰라요.. 제가 잘 몰라서요.. 이런 말을 더는 하고 싶지 않거든요.
사람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죠.
저도 그랬어요. 모름은 불안하고 불안은 주저하게 만들죠.
그리고 그런 주저함은 결국 후회를 만들더라고요.
어떤 분의 말을 들었어요.
지금 꿈을 꾸던 자들은 다 무덤에 있다.
그 말은 놀랍고 아팠어요.
한 아이의 엄마인 제 시간은 줄어들고 있잖아요.
아이의 시간은 놀랍게 펼쳐지는 중인데 제 시간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아이 앞에서 꿈을 꾸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이제는 그 꿈이 저를 이끌어주리라 믿습니다.
예전에는 꿈은 꿈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꿈은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지 않는다고요..
' 꿈은 그저 찬란한 무지개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무지개를 올려다보니 찬란한 무지개가 아닐까..
눈부심과 어우러진 닿을 수 없는 찬란함..
그런데 내가 그 자체가 되면 어떨까?
내가 꿈 그 자체가 되면 어떨까?
그럼 무지개는 내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겠지?
그래 그러자..
누군가의 말처럼 꿈을 꾸던 자가 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