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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21. 2024

조용한 adhd 에세이 3

메모한 것도 잊어?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이것도 메모 저것도 메모..

응.. 그런데 내가 뭔가 메모한 거 같은데 뭐였지?






분명히 뭔가 있어.

분명히 일정이 있었어.

그게 뭐지? 메모했는데..


다이어리에 써보기도 했고 메모지도 붙여보고 노트에 써보기도 했다.

다이어리는 잠깐 쓰다가 어느 날부터 쓰지 않게 되고 

가장 편리한 포스트잇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떨어진 건지 보이지도 않는다.


메모했다고 생각했지만 

청소하다가 버려진 건지 기억나지도 않고

체크했다고 생각했지만 달력엔 체크조차 안되어있다.

뭘까...


이렇게 머리를 쥐어짜다가 떠오르면 다행이지만

아예 생각나지 않아서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메모한 게 분명했지만 메모한 걸 아예 잃어버리거나

내가 메모했다고 착각하거나 둘 중 하나다.






내 머릿속의 망나니는 지우개를 쥐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게으름뱅이가 하기 싫어서 내가 메모했다는 사실을 지워버린 거다.

그게 아니라면 메모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놓고 자기는 얄미운 혓바닥을 내밀고 있다던가..

이 망나니 놈 두피를 세게 잡아당기면 이 놈 엉덩이가 쓰라리기라도 할까...

어휴..






저는 이 골치 아픈 건망증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아요.

심지어 중학생 때는 열쇠를 꽂아놓고 현관문을 닫기도 했어요.

열쇠로 문을 열고는 열쇠를 꽂아놓고 들어온 거죠..


이런 건망증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거든요.

adhd의 건망증은 참으로 다채롭기 때문에 이미 어릴 적부터 경험치가 많습니다.

늘 먹던 영양제를 빼먹는 건 기본이죠.

매일 반복하는 지독한 루틴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이미 머릿속의 망나니가 다 지워버린 후입니다.

그러니 골수에 심어질 만큼 지독하게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망나니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게 되지요..


예전엔 저의 이런 부분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이제는 저만의 방법을 만들어서 조금씩 보완해서 어찌어찌 메꿔가며 살아남고 있습니다.

사람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안 바뀌어요.

굉장히 크게 바뀔 거 같죠? 아니더라고..

회귀본능이 어찌나 강한지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이 정도 했으면 사람 바뀔 텐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이 망나니는 평생 감시하며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해요.


그래서 제가 최종적으로 정착시킨 방법은 듀얼 모니터입니다.

S 중고 모니터를 쿠땡에서 팔더라고요. 아주 저렴한 가격대입니다. 

6만 원대 정도 했어요. 듀얼로 사용하는 거니 화질 따위 신경 안 썼어요. 


듀얼모니터에는 항상 메모장이 켜져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메모 방법입니다.

메모는 가장 위부터 순서대로 작성하고 줄선으로 구분선을 표시합니다.


1. 지속적으로 신경 써서 체크해야 되는 목록

2. 한 달 스케줄 / 예약된 스케줄

3. 매주 반복스케줄 : 해야 하는 행동과 시간대까지 작성

4. 일주일 단위의 스케줄

5. 오늘 하루 스케줄 :시간 순서대로 작성

6. 중요한 체크사항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저는 네이버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메일은 [ 나에게 보내기 ]가 있거든요. 이 부분을 아주 잘 쓰고 있어요.

[나에게 보내기] 옆에 보면 + 버튼이 있어요. 클릭해서 추가를 하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여러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 메일함에 중요한 정보를 저장해두기도 합니다.

받은 이메일들을 그렇게 분류해서 저장해두고 있어요.

저장용량은 아주 빵빵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 이 부분 꼭 체크해야 돼요!


아니 그럴 거면 노션을 쓰면 되지 않아?

네 그런 말씀 이해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션보다 저 같은 사람은 이 방법이 더 간단해요 ^^

노션은 이 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까요? 

상위버전의 세련된 정리법이죠.

저는 좀 투박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저의 모자람을 메꿔가고 있어요.

노션도 잘 사용하고 있긴하지만 이런 방법도 추가로 사용하고 있어요 ^^

한번 적용해 보세요!!


내가 신기하게 달라져서 어느 날부터 뚝딱뚝딱 다 정리하고 다 기억할 거야~~라는 판타지는 내려놓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모자람을 잘 메꾸고 보완해 가며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한결 가볍습니다.

^^ 나의 부족함을 너무 크게 보지 말고 한껏 가볍게 바라보면..

에잉 그래 내가 이렇게 생겼으니 어쩌겠어. 잘 챙겨가며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자책하는 마음에서 ' 그래 애썼다. 또 해보자'이렇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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