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20살 초반 나이트에서 리듬 좀 탔던 그때입니다. 그 시기의 저는 겁대가리가 없었고 저의 애마인 쪼매난 흰둥이도 겁대가리가 없었죠.
신나게 달리던 저에게 날아온 건...정체모를 하얀 머시기였고 대혼란 속에서도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운전대를 잡았죠..
20대 초반이었어요. 저는 아주 강력한 큰아버지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건 바로 필기시험 만점 받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만 원, 1문제 틀리면 3만 원이었죠.
콜~! 저는 바로 열공에 돌입합니다. 결과적으로 1문제를 틀려서 3만 원을 받았죠. 실기시험에서도 꽤나 훌륭한 성적으로 합격을 합니다. 어찌나 기쁘던지요... 한방에 통과!!
하지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리 아부지의 지독스런 꼼꼼함이었죠.
저는 아부지에게 끌려 지옥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울 아부지는 저를 끌고 산으로 가셨어요. 네..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산입니다. 그냥 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세요. 산길이 어떤가..
저는 한쪽 방향으로만 미친 듯이 핸들을 돌려야 했고 다시 한쪽 방향으로만 미친 듯이 핸들을 돌려야 했어요.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코스는 한 시간이었죠. 상상이 안되시나요?? 사과 돌려 깎이를 상상해보세요....
그건 마치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로에 갇힌 들쥐가 된 기분이었죠.
자그마치 그걸 한 달간 합니다. 역시 울 아부지는 지독한 분이셨어요.
" 자동차는 핸들링이 생명이야!"
' 아..아부지 저 어지러워요.'
저는 지금도 아부지가 조수석에 타시면 등을 쫙 폅니다.. 조교를 반갑게 맞이하는 반듯한 자세이지요.
한 달이 되던 날이었죠. 그날은 경건한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답니다. 아부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을 들고 와 안전운행을 위한 일장연설도 잊지 않으셨죠. 귀가 아릿할 정도로 아부지의 말씀을 귀에 새긴 후 쪼매난 흰둥이를 탈 수 있었어요. 마지막에 열쇠를 주실 때는 열쇠를 받은 제 손을 꽉 잡아 주시며 눈빛으로 말씀하셨죠.
' 너 사고 치면 다시 훈련이다.'
저는 오로지 눈빛만으로도 그 모든 마음을 온몸에 새겼고 조심조심 쪼매난 흰둥이를 타고 시내 한 바퀴를 했답니다.
음악도 크게 틀고 아주 그냥 시원하게 즐겼죠.
저와 쪼매난 흰둥이는 모진 풍파를 겪으며 함께 강해졌습니다.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은 모두 사실이었어요. 털보 아저씨는 현실에 존재했고 그 아저씨들은 욕을 참 잘했어요. 그것도 자꾸 듣다 보니까 구수한 사투리 같더군요. 저는 그런 털보 아저씨들의 강한 꾸짖음으로 정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더욱 발전해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드디어 친구들을 데리고 시내를 나갔어요. 저는 아부지의 지옥훈련을 상기하며 제 집중력을 극도로 끌어올렸죠. 다리를 건너는 코스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황홀함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