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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애기

울 애기 몇살?

by 유진





아주머니 : 어머.. 전화가 왔네?

나 :?

아주머니 : 아이고 내가 못 받았네..

나 : (흘끔 보니 '울 애기'라고 저장되어있음)

애기요? 어머 애기가 몇 살이에요? 전화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주머니 : 아니 안 해도 돼요~

나 : 그래도 애기가 기다릴텐데..

아주머니 : 울 애기 안 기다릴걸요?

나 ".............."

아주머니 : (씩 웃으시며) 울 애기 20살 넘었어요!

나 : "하하하하하"








그랬다. 그 아주머니의 애기는 군인 아저씨였다. 아직도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울애기인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이었다. 떡을 사러 떡집에 갔다가 우연히 대화를 나눈 아주머니였다. 아들내미 면회를 가시려고 떡을 준비하시는 아주머니는 전화번호부에 '울애기'라고 저장해둔 아들 자랑을 하셨다. 착하고 어여쁜 아들이라며 아들 얘기를 신나서 하셨다.



울애기라는 호칭이 너무 귀여워서 아주머니랑 대화하는게 즐거웠다.

아들을 위해 떡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주머니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생각이 나서 혼자 큭큭거리고 웃었다. 우리 아이가 20살이 넘어도 나에게는 '울애기'겠지?



나는 아이의 몸이 점점 자라는 게 한편으로는 서운했었거든..

3살이었다가 5살이 되고 자꾸자꾸 크는 걸 보며 나는 세월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웠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자꾸만 자라면 덜 귀여워질 것 같았거든..

그런데 웬걸 자꾸 클수록 내겐 더 귀여워만 보였다.

아이의 몸이 자랄수록 아이에 대한 나의 사랑도 자꾸자꾸 자라니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더욱더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나는 아직 등굣길을 함께한다.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등교하기를 원했고 나도 아침마다 아이를 등교시키는 시간이 즐거웠다. 교문을 통과하고 씩씩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아이를 아침마다 지켜본다.

그러다가 한 번씩 뒤돌아서 엄마를 확인하는 아이에게 손을 높이 들고 호들갑을 떨어준다.



아이도 손인사를 하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간다.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나는 그대로 멈춰있는다. 마음속으로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탁탁탁 계단을 올라가는 힘찬 발걸음.. 저벅저벅 교실을 향하는 설레는 발걸음.. 읏차읏차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거는 손길.. 드르륵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은 내 아이..



나는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편지를 보낸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라. 오늘도 사랑해!'

아이가 편안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이 마음의 편지는 아이와 함께하는 등굣길에 늘 함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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