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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모닝

니가 왜 거기서 나와!!!!!!

by 유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작년 여름이었어요. 제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출발한 지 딱 5분 만에 오기 시작하더군요. 서서히 양을 늘리는 것도 아니고 시작부터 때려 붓는데 괜히 출발했나 하는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죠. 이미 짐도 가득 실어둔 상태라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무엇보다 뒷좌석에서 할머니 집에 간다고 잔뜩 흥분한 딸을 보니 어쩔 수 없겠더군요.



저는 눈을 크게 뜨고 전방을 주시했죠. 신호가 바뀌었고 조심조심 운전을 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는 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자동차 신호를 보고 잘 가고 있는데 제 앞에 뭐가 보이는 거예요.



" 어? 저게 뭐야? 어? 저게 왜 저기 있어? 으아, 악!"



저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아이도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죠. 차 안은 난리가 났었어요.

제가 본건 역주행 모닝이었어요. 아니 세상에 한문철 아저씨가 보여주신 수많은 영상 속에서 역주행하는 차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날 일은 아니잖아요. 아...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고..

하필이면 교차로였고 하필이면 신호가 바뀐 순간이었죠.

저는 1차선에서 달리던 차였고 그 차는 우회전을 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 우회전이란 게 어떻게 중앙선을 넘어서 저와 까꿍 할 수 있냐고요.. 우회전의 각도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나오냐고요...



세상에.. 저는 모닝이 슬로모션으로 보였어요. 뭔가 긴박한 순간에 오히려 그렇게 보이더군요.

엄청난 각도로 넓게 돌아 원심력을 벗어난 듯 제게 달려드는 모습이라니.... 어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눈앞이 흐릿할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 이렇게 죽는구나 했지만 그 순간에 제 몸은 제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더군요.

2차선에서 달리던 차가 있었다면 엄청나게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상황이었어요.

저에게 달려드는 모닝을 보면서 핸들을 틀어 2차선으로 피했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저는 그렇게 교차로를 벗어났고 뒤를 보니 모닝은 사라지고 없더군요.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한문철님 저도 그분을 만났어요. 세상에 저 죽을 뻔했다고요!



그 뒤로 저는 교차로에서 또 그런 차가 있는지 잠자리 눈처럼 주변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어요.

새처럼 날아와 벌처럼 쏘는 그런 무서운 녀석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요..

그리고 어지간하면 교차로에서는 최대한 흰둥이 엉덩이를 뒤로 쭉 뺍니다. 여차하면 튀어야 하니까..






< 굿모닝에게....>


굿모닝아... 잘 들어.. 너 거기서 그러면 못써...

우회전할 땐 말이야.. 인도에 바짝 붙어서 하는 거야..

너.. 그날 무슨 일 있었어? 나한테 왜 그런 거야? 어?

너 그날 그냥 튀었잖아.. 이 쉐ㄲ....멱살을 잡았어야 했는데 겁나 빨리 튀었....


교차로에서 신호 바뀌면 말이야... 눈을 잠자리같이 크게 뜨고 말이야..

좀 보라고.. 어? 그리고 말이야... 각도가 왜 그래? 그 각도가 어떻게 가능해?

거기서 우회전해서 1차선에 있는 나한테까지 와서 굳이 까꿍 했어야 했니?

나 그날 심장 터져 뒈질뻔했어... 어?


내가 말이야...니가 너무 저돌적으로 들이대니까 고개를 돌렸잖아...

안 그랬음 말이야... 우리 둘 다.. 최소 뇌진탕이었어..


나 말이야 그날 뒤로 트라우마 생겼잖아.. 너 때문에~~!!!

교차로에서 엉덩이 빼고 있는다고..(다른 애들 없을 때...)

너 같은 놈 또 만나면 잽싸게 튀려고...


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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