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렸던 나

내 이름은 지긋지긋이다.

너 00이냐? 나도 00이야

by 유진





학창 시절 제 이름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했어요. 저는 학교 가는 길에도 집에 오는 길에도 심지어는 저희 반에도 저와 똑같은 이름이 있었죠. 그래서 선생님은 작은 00이, 큰 00이라고 불렀어요. 참고로 저는 큰00이였어요.

부모님은 이쁘다고 지어주신 이름이겠지만 제가 태어난 당시에 그 이름이 유행이라도 되었는지 참.. 많았죠.

뭐랄까? 사무직에 딱 맞을 거 같다고나 할까?

첫 글자가 모두 딱딱한 자음으로 시작하는 그런 이름이었죠...

이름에 둥근 맛이 없어. 둥근 맛이...



저는 그 이름이 너무 싫어서 혼자서 이름을 지어보기로 했답니다. 중3 때였죠.

어느 때보다 예쁜 것에 환호하던 시기였으니까요. 제 마음에 드는 여러 가지 예쁜 이름들을 연습장에 잔뜩 써놓고 어느 것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죠.

두 개의 이름을 놔두고 엄마에게 가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어요.

단박에 거절당했죠. 어찌나 실망스럽던지요. 잔뜩 화가 나서는 방문을 잠그고 열어주지도 않았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행동이 너무 웃기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저는 진지했거든요. 지금 쓰는 이 필명도 그때 지은 제 이름이랍니다.

결국에 나이 먹어 이제야 그 이름을 써보네요.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나서 어떤 이름을 쓸까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중3 때 지은 이름이 생각나는 거예요.

이제야 원하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구나!

저의 정체성을 찾은 거 같은 흥분이었죠.



언젠가는 이 이름으로 저를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이 이름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거든요.

지금껏 제가 알던 세상은 너무 작았어요.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멀리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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