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렸던 나

난 말이야 위대해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by 유진





누구야

내가 못할 거라고 말한 사람



누구야

내가 겁쟁이라고 떠드는 사람



이것 봐

똑똑히 봐 두라고



씽씽

쿵쿵

데굴데굴



멋지지?

이것 봐

나도 할 수 있다고

난 위대한 나야!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꺼내봤어요.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몰랐던 저는 동네 아이의 말에 잔뜩 약이 올랐었죠. 그래서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 악착같이 연습을 했어요. 제 다리는 전부 까져서 까만 딱지가 매일매일 생겨났었답니다. 일주일이 된 날 아빠를 동네 운동장으로 불렀어요. 아빠 앞에서 멋진 모습으로 성공하고 당당하게 자전거를 선물 받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그날은 문제의 동네 아이에게 제 모습을 뽐내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계단 위에 서서는 엄청난 재주를 부리는 거예요. 저는 그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줄 작정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저의 이성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답니다.



저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계단 위에 섰고 "이것 봐! 나도 할 수 있어!" 라며 큰 소리를 외친 후 힘차게 발을 굴렸죠.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씽씽... 쿵쿵... 데굴데굴... 퍽...

"........................................."

주변이 조용해졌죠. 그때 제 상태가 정말이지 심각했거든요. 근처에서 축구를 하던 중학생 오빠가 달려와 바닥에 딱 붙어버린 저를 일으켜 세워줬어요. 얼굴부터 팔 , 다리 어디 하나 괜찮은 곳이 없었죠.

그 상황에서도 저는 중학생 오빠를 보며 '와.. 멋지다. 왕자님 같다.'이러고 있었어요.

그 오빠의 얼굴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저를 세워주고 수돗가에 가서 먼지도 털어주고 씻겨주고 했던 자상한 마음은 기억나요. 아휴.. 얼굴은 기억했어야 했는데.. 동네 오빠였을텐데 누구였을까요? 다시 생각해도 궁금하네요.



모두를 놀라게 한 저는 씩씩하게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가서 마당에다 자전거를 던져버렸어요.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해하셨죠. " 다시는 자전거 안타! 저거 갖다 버려!" 소리를 꽥 질러버리고는 집에 들어가서 엄마가 주시는 간식을 먹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놀러 나갔답니다.



엄마가 그 얘기를 지금도 하시거든요. 다시는 안 탄다고 그렇게 짜증을 내더니 간식 먹자마자 놀러 간다면서 또 타고 나가더랍니다. 저는 다시 나간 기억은 없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참 별난 성격이었다 싶어요.

자전거 배운 지 일주일밖에 안된 아이가 계단을 타고 내려갈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기함할 일이죠.

하지만 엄마는 제가 그럴 줄 아셨는지 엄청나게 다친 걸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으셨답니다.

능숙하게 연고를 발라주시고 밴드도 붙여주셨죠.



저는 제 딸아이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옛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고 했었는데 그 말은 참으로 진리였다고 봅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은 세월이 흘러서 더 깊이 와닿네요.

하루 종일 부딪히고 자빠지는 아이를 보면 꼭 저를 보는 것 같거든요. 저는 외출을 할 때 연고와 밴드, 메디폼 같은 간단한 응급약들은 챙겨서 나갑니다. 다 저를 닮은 덜렁이 딸 덕분이죠.



언제나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끝없이 종알거리는 것도 어릴 적 저와 똑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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