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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세 Feb 17. 2023

겨울 1악장 '빠르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거센 파도와 같은 눈보라와 얼음장 같은 공기는 인간을 부술 수는 있으나 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저 안의 따뜻한 모닥불과 두꺼운 이불은 그를 질식시켜 마침내 무너뜨릴 것이다.

언 땅을 부수고 어루만져 추위를 견디는 대파와 봄동을 얼지 않게 하고

시금치에 이불을 덮어주어 봄을 기다린다.

긴긴밤, 어두운 동굴 안에 가만히 있어도 아침은 올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인간은 주체다.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준비하며 가을을 향유하고 겨울을 인내한다.

그리하여 찬란한 봄과 무성한 여름, 풍요로운 가을과 지난한 겨울과 함께 호흡하며 세계를 일구는 것이다.

오늘은 밤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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