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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세 Nov 16. 2022

먼 동이 트기까지

너는 먼 동에서 오느라
날이 추워지면 늦나 보다.
깊고 무겁게 잠든 한라산 굽이굽이
노루와 꿩, 동백나무까지 깨우고 오느라 늦나 보다.
무성하고 뜨거운 한여름의 밤이 짧듯이
서늘한 계절, 너는 내 곁에 참 짧게도 머무는구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다로 네가 무정히 가라앉는 동안,
잠시 나도 함께 가라앉는 꿈을 꾸었다.
너와 함께 저 깊은 바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피부가 얼어붙고 뼛속 깊은 곳까지 시릴지라도
너와 부둥켜 앉고 긴긴밤을 지새고 싶다.
내 마음이 가난하여 먼 동이 트기까지 지난하게 외로운 탓이다.
네가 오기 전까지, 별이나 총총 헤아려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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