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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세 Nov 22. 2022

조각

나는 삶을 사는 내내 부수어져만 갔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아서 번 돈, 빚으로 낸 가게,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던 조각들이 부수어져 떨어져 나가는 것은 생 살을 뜯어내듯 아팠다.
본디 내가 향유할 수 있었던 나의 시간, 나이 들어가는 어머니와의, 점점 바빠져만 가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지나고서야 알았다.
내게 남은 것은 오래된 피아노와 서투른 소나타. 다시 누군가와의 협연을 할 수 있을까.
혹시나 어느 실패의 골짜기에서 잘못 깨어져 날 서 있을까
누군가에게 나의 절망을 닮은 상처를 줄까 봐 나는 두려웠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자리를 찾아서
나는 실패와 절망마저 뭉툭하게 부수어졌다.
이젠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기어코 나마저도 용서했다.
긴긴밤 끝내 삶과 화해하고,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리라.
긴긴밤 호수에 비친 달빛처럼,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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