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마중과 저마다의 정답
'열차운행 중지 알림'
뚜둥! 금요일 아침 8시 이런 문자가 왔다.
주말가족을 하고 있는 나는 금요일 기차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온다.
목요일부터 일반열차 운행중지 기사를 보아 혹여나 해서 KTX랑 새마을 둘 다 예매해 놓아서 덜 혼란스러웠으나 '설마 오늘도...'란 기대가 있었기에 당황스럽기는 했다.
어제 예매 시 이미 오후 열차는 다 매진 아니면 입석이었기에 12시 반차로 예약한 기차를 회사에서 대중교통을 이동하여 타기 빠듯했기에 택시를 이용했다. 도착한 대전역 전광판은 조금 지난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광판 안내 오작동으로 방송에 따라 탑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빠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 대합실과 플랫폼에 울려 퍼진 방송내용이다.
'설마 KTX도 운행중지인가?'
불안불안 기다린 기차는 다소 연착되었지만 무사히 도착하였고 나는 안도하며 기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후 1시 40분쯤 서울역에 도착하니 종로에 일정이 있던 아내와 딸내미를 만나 집에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도 바쁘거나 피곤하면 먼저 가라고 톡을 보냈다
다소 비가 그친 풍경을 보며 도착한 서울역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집에 가고 있는데''
''알았어''
'쳇, 타이밍 괜찮았는데'란 생각을 하며 대합실로 올라온 순간 한쪽에 숨어있는 아내와 딸내미를 볼 수 있었다!
''뭐야 집에 가고 있다며?''
''깜짝 놀라게 해 주려 그랬지''
대략 20분 동안 남편이자 아빠를 속일 생각에 신난 모녀는 무척 신이 났었나 보다. 둘이 이렇게 말할까? 저렇게 말할까? 둘이 모의했었다며 키득키득 웃는 게 오늘따라 둘이 더욱 닮아 보였다.
'이번 주말은 서울시립미술 아카이브의 체험프로그램이야'
이번 주말 미션은 운전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이라 공유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고 차를 빌린 김에 창고형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우리 집은 현재 뚜벅이 생활 중이다.)
언제 비가 그렇게 왔냐는 듯 맑은 날 처음 그곳에 가보게 되었다. 미술을 좋아하는 딸내미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이다.
''딸내미는 미술이 왜 좋아?''
''정답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불쑥 다가온 대답이다.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어도 수학, 영어, 국어 등 시험을 보며 맞고 틀리고 점수가 나오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정답이 없는 미술이 좋은 건 아닐까. 물론 예체능도 점수화하지만...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정답이 없어 힘들다'였다. 회사 일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플랜 B, 플랜 C까지. 마치 금요일 아침의 열차취소 해프닝처럼?! 이렇듯 우리의 인생에도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가끔 깜짝 마중도 있는 저마다의 정답이 있을 뿐...
가끔은 답답하고 막막하여 딱딱 공식이 있고 정답을 맞히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보통 단순화하고 순서를 정하는 것을 좋아할지도. 무슨 법칙처럼 좋은 대학을 나와 어떤 직장에 들어가고 언제쯤 결혼하여 어느 정도의 재산을 일구는...
아마 그런 기준 아닌 기준에 맞춰진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미술 아카이브 앞 카페에서 기다린 뒤 만난 딸내미는 정답 없는 체험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하다. 딸바보 아빠인 나는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이건 정답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