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링」 09
휴대폰에 저장된 도선주 여사의 이름을 ‘줄리아’로 바꾼 나는 버스 창문을 내리치는 빗줄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월요일부터 내린 비는 목요일인 그날 저녁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날은 도선주 여사가 몸을 담고 있는 사진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작은 전시회를 여는 날이었고, 전시 기간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이었지만, 그래도 개장 첫날에 꼭 가고 싶어서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그곳으로 가고 있던 차였다.
도선주 여사가 사진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 건 내가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두어 달 즈음 지나서였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끼리 점심을 먹다가 예쁜 고양이를 만나 모두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 고양이 사진을 찍은 다음 서로 공유했는데, 다들 도선주 여사의 사진을 보고선 전문가의 손길이라며 극찬을 했다는 것이었다. 구도며 타이밍이며 센스가 타고 났다고. 도선주 여사는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나와 세윤을 붙들고 자신이 찍은 고양이 사진과 동료들이 찍은 고양이 사진 중에 어떤 것이 더 잘 찍은 것 같은지 계속 물어보았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도선주 여사가 찍은 고양이가 가장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나와 세윤이 도선주 여사를 추켜세우자 도선주 여사는 몹시 기분이 좋은 듯 웃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도선주 여사가 십 대일 때 줄리아 로버츠의 사진을 오려 여기저기 붙이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당장 다음 날부터 괜찮은 사진 아카데미를 찾아보았고 지역과 강의 시간 등을 고려해 하나를 추렸다. 그곳의 커리큘럼을 인쇄한 종이와 수강료를 봉투에 담아 도선주 여사에게 건넬 생각이었다. 원래는 카메라도 사 주려고 했으나 그건 예지가 선수를 쳤다. 사진 아카데미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에 평소에 봐 둔 카메라가 있다고, 학창 시절부터 잘 챙겨 주었던 선주 이모한테 꼭 본인이 무언가를 해 주고 싶다고, 무조건 자신이 사 주겠다며 아득바득 우기는 거였다. 분명 예지가 사면 초보 실력에 맞지 않는 비싼 카메라를 살 게 뻔해서 너무 과하지 않겠느냐며 손사래를 치자 이번에는 돈은 많은데 돈 쓸 데가 없어서 그런다고 징징거렸다. 나중에는 세윤까지 꼬드겨 합공했다. 세윤아, 예지 이모가 카메라 사 주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고 엄마한테 전해 줘, 그러면 세윤이 그대로 전하는 식이었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러자 예지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곧바로 백화점에 달려갔다. 그렇게 예지가 사 준 카메라를 포함해 커리큘럼과 수강료를 퇴근하고 온 도선주 여사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도선주 여사의 손을 꼭 잡았다. 도선주 여사의 손은 ‘이렇게 작았나?’ 싶을 만큼 생각보다 작았지만 여전히 따뜻했다. 혹시 거절하면 어떻게든 설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도선주 여사는 말없이 나의 선물을 바라보다가 눈시울을 붉힐 뿐 거절하지는 않았고, 나의 바람대로 순순히 아카데미에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