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신조어가 있다.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즐기자는 말로 해석된다. 2010년대 초반에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굳혀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이 말을 쓰는 사람은 없다. 인생을 즐기자는 단순한 모토는 오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현실의 철학이 즐기자는 인생의 본능을 억눌렀다.
청년의 삶은 위태롭다. 이미 다 지나간 사람이 보기에도 위태로운데, 그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위태롭다 못해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듯 오금이 저린다. 적응하기 무섭게 세상은 바뀐다. 따라가기도 벅찬데 눈앞의 현실이 계속해서 뒤바뀐다. 당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이 남은 8할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갈림길 하나 잘 못 들어서면 고칠 수 없는 삶이 되어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뜨린다.
얼마 전에 집을 샀다. 고시원 같은 3평짜리 월셋방에 살다가 대출을 잔뜩 끼고 7평짜리 오피스텔로 왔다. 은행 앱에 접속하면 남은 대출상환금 1억 원이 무시못할 존재감을 표출한다. 그래도 이제는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며 잠시간 행복했는데, 이제는 직장이 문제다. 경제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단다. 별다른 능력이 없이 입사한 홍보 직군이 타겟 1순위다. 조심스럽게 사표를 준비한다. 업무가 끝나면 채용 공고 사이트를 뒤진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여유롭게 직장을 구할 수는 없다.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하루 빨리 돈을 줄 곳을 찾아야 한다.
취업시장은 살얼음판같다. 어떻게든 경력직으로 이직하려 했지만 경력을 무시하고 '중고신입' 취급을 하는 곳들 뿐이다. 기업의 입장도 이해된다. 돈 벌이는 힘들고 사람은 뽑아야 겠는데 높은 연봉은 부담이 된다. 검증을 핑계로 낮은 연봉을 제시하고 추후 올려주겠다는 말을 하지만, 기업 리뷰 사이트에선 전부 거짓이라고 한다. 거짓의 신빙성이 더 높다. 처음 들어간 회사가 그랬었기 때문이다.
연봉을 깎고 이직을 하자니 두려움이 앞선다. 수급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미리 소비부터 줄인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배달음식대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집안의 중고로 팔 것들을 미리 정리해놓는다. 사회에 자리잡은 지인들에게 연락해 조언을 묻는다. 되도록 연봉을 낮추지 말라고 당부한다. 회사가 내보내기 전까지는 버티라고 한다. 그럼 난 나이를 먹어요. 그땐 신입으로도 갈 데가 없어요. 요즘 청년들이 참 위기라는 대답이 온다. 해결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위로 조차 되지 않는다.
인생을 즐길 시간이 없다. 지금 즐기려면 미래를 담보로 걸어야 한다. 고생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청춘을 즐기겠다는 청년들이 늘어난다. 청춘은 인생에 한 시기 뿐이니까. 욜로 욜로 하지 않지만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그들은 골로 가게 될까.
가끔 친구들과 만나면 나는 노후 얘기를 종종 꺼낸다. 뭐 그런걸 벌써 이야기하냐고 주제를 넘기려 한다. 이제 30대니까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주제를 끌고 간다. 한 친구가 자신의 소비기한은 60세까지라고 말한다. 은퇴 후 벽에 시멘트를 바르며 살다가 실버타운에서 요양보호사한테 협박을 받으며 사느니 빨리 죽는 게 낫다고. 다른 친구는 국가가 어떻게든 해결해줄거라고 말한다. 우리같이 대책없는 인구가 수두룩한데, 그들을 다 방치하는 것도 사회문제니 어떻게든 빚을 져서라도 해결할거라고. 만약 아무 도움도 없이 방치하면? 이라고 묻자 그럼 그땐 자기도 스스로 죽을거란다. 어떤 전개든 결말은 골로 간다.
뉴스에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 실업 인구가 250만 명 가까이 된다고 보도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눈 감고 풀다 지쳐 동굴 속으로 들어가 깊은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SNS에선 해외 휴양지의 풀빌라 인증샷, 흠뻑쇼에서 실컷 놀았다는 자랑, 골프를 다니고 캠핑을 다니고 맛집을 다니고 스타벅스 프리퀀시에 당첨됐다는 얘기들로 가득하다. 청년 실업이 진짜 문제이긴 한 걸까 싶다. 온라인에선 '청년이 문제다 VS 사회가 문제다'라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정치는 투표하지 않는 청년의 위기에 관심이 없다. 이 모든 어지러운 것들로 청년들은 낭떠러지에서 외발 자전거를 탄 것마냥 위태롭기만 하다. 결국 다 골로 가게 될까. 그럼 욜로 욜로라도 해야 될 텐데. 오늘도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