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예술지원사업: 행복을 위해

그냥 전 여러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by 병지

생활예술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말하는 '생활예술'이란 아래와 같다.

'소수의 예술활동이 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예술활동'

맞는 말이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두글자로 설명하면 될 것 같다. '행복'.

생활예술지원사업의 목적, 의미, 내용 그 모든 게 두 글자로 설명 가능하지 않은가.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문화재단에 입사한 이유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밥아저씨 같은 실력 없이도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듯이, 행복으로 점철된 사업이 되길 바랐다.


현실은 이상과 좀 달랐다.

나의 행복을 심의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하는 지원신청서 문항이 너무 많다.

컴퓨터를 아예 다루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지원사업 신청기간에 찾아와 "그냥 써줘" 라며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어렵다.

내가 바라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춰요 인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원금을 받아 춤을 추기 위해서는 지원신청서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선정되고, 교부신청서를 제출해야하며, 춤을 춘 후에는 증빙과함께 정산보고서를 작성해야한다.

더 놀라운 건 올해 평균연령 80대 이상으로 구성된 생활예술단체가 이걸 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하셨지?"라고 생각되는게 병폐다.

시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지원하지만, 정작 지원은 감당가능한 사람들만 수령가능하다는 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또 한 켠으로는 행정인으로서의 마인드가 불쑥 튀어나온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고 철저한 과정은 반드시 있어야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지원단체는 항상 정산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하고,

시 공무원은 '다른 보조금사업들 다 이렇게 한다' 고 말한다.

그럼 난 중간에서 갈대처럼 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네 생각하며 등이 터진다.

행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너무 번거롭지 않도록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게 내 일이지 싶다.




지원신청서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지역사회 공헌' '지역 문화예술부흥' '지역발전에 이바지' '소외계층 문화향유 봉사' 등등

얼마나 치열한 고민 끝에 이러한 문구들이 만들어졌을지 예상이 된다.

그렇지만 사실 봉사는 사회복지쪽에게 맡기고, 지역발전은 시청에 맡기고

전 그냥 여러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가끔 오해도 받는다. "재단에서 지원금 줄 사람들을 정해서 주는것이다"라는, 소위말해 짜고치기라는 오해.

또 선정이 되지않으면 속상한 마음에 민원을 제기하시면서도 '밉보였으니 다음 해 지원을 받지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다.


겪어보니 우리 재단은 짜고칠 수 있을만큼 치밀하게 일이 진행되는 곳이 아니며

일개 담당자에게는 누군가를 자력으로 지원하고 말고 할 힘이 없다.(당연하다)

또 민원인을 일일이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러기엔 매일같이 너무 많은 민원을 응대하고 있다.

그러니 걱정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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