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50주년 맞은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앨범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라이브 앨범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베니 굿맨의 1938년 카네기 홀 실황을 12년 흘러 더블 앨범으로 발매한 <The Famous 1938 Carnegie Hall Jazz Concert> 재즈계 기인 찰스 밍거스의 남프랑스 앙티브 공연을 담은 1960년 작 <Mingus In Antibes>, 두 재즈 드럼 거성이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 진 크루파와 버디 리치의 1960년 버브 레코드 발매작 <At JATP: The Drum Battle>가 떠오른다.
1969년 독일 뮌헨에서 창립된 이래 유럽 재즈신을 대변해 온 ECM Records의 명작이자 “재즈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피아노 앨범”이란 수식을 가진 키스 자렛의 < The Köln Concert >도 재즈 라이브 마스터피스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한다. 2LP 더블 앨범 구성의 106분 러닝타임은 재즈 퓨전의 통통 튀는 바운스 혹은 프리 재즈의 비교 불허 전위성과 또 다른 차원의 피아노 재즈를 들려주며 왼손으로 쌓는 긴장감 넘치는 리듬워크와 오른손이 주조하는 섬세하고도 우아한 선율이 조화로운 플레잉은 전인미답의 예술적 경지를 완성했다.
단 몇 개의 코드만으로 자유로이 뻗어나가는 연주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리듬과 멜로디가 키스 자렛만의 무한한 음악 세계를 드러낸다. 가끔 나오는 흥얼거림도 즉흥성의 매력을 배가한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다가도 금세 건조하고 냉철하며, 전위성으로 급변하는 등 곡조의 다변화도 < The Köln Concert > 속 마력이다. 햇빛만 내리비치는 드넓은 대양의 나룻배와 사내가 그려지지만 노를 든 젊은이는 거침없고 거리낌 없이 항해를 이어간다.
이 명반을 의외로 LP 감상해본적은 없었다. 스트리밍으로 두어번 들은게 전부다. 그것도 산책하며 들어서인지 음악에 완벽하게 집중할 기회가 없었다. 구독중인 월간 재즈피플 1월호를 < The Köln Concert > 소개했고 재즈피플 김광현 편집장도 쾰른 콘서트가 열린 1975년 1월 24일의 50주년을 기념해 2025년 1월 24일 이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우여곡절의 저녁을 보낸 탓에 24일엔 못 들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힌 25일 아침 < The Köln Concert >와 더불어 숭고한 1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 LP의 잡음으로 걱정이 앞섰지만 2,3, 4 LP는 상태가 깨끗했다. 피아노 독주인 만큼 레코드 상태가 깨끗하고 방해 요소가 없을수록 좋다. 내 LP는 레코드 알판의 중심부(레이블)이 노란색인 일본 프레스이고 레이블이 진녹색인 미국, 독일 프레스 등 LP만 50가지가 넘는다.
4 LP다 보니 총 여러 번 판을 뒤집고 교체했지만, LP로 들어서인지 무언가 1975년 당시 고풍스러운 내부의 쾰른 오페라하우스에 가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우레처럼 터지는 박수 소리에 들을 수 없는 관객들의 숨소리와 손동작도 상상되었다. 당시 오페라하우스 내부 풍경과 청중들의 옷차림, 그 시간의 공기도.
자렛이 원하는 뵈젠도르퍼 290 임페리얼 그랜드 피아노를 수급지 못해 무산 위기에 처했다가 18세 공연 기획자 베라 브란데스의 명석과 기지와 헌신으로 탄생한 이 기적 같은 콘서트는 재즈 역사상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1975년 1월 24일 쾰른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들이 느꼈던 아우라는 범접지 못하는 특권이요 행운이었지만 음반 발행이라는 기술적 축복으로 여러 차례 복제된 끝에 전세계 수많은 청자에게 가닿게 되었다. 정확히 반세기 지난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아침 방에서 혼자 들었던 < The Köln Concert >는 아우라의 간접 체험이요, 피아노 재즈의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