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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뭐래도 우리 시대 최고의 가수

콘서트 필름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

by 염동교

“피케팅”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있다. 임영웅과 싸이, 나훈아가 대표적이다. 아이유도 그렇다. 주변에서 아이유 콘서트 티케팅 성공을 자랑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단콘을 예매할만큼 큰 팬은 아니나 늘 라이브 퍼포먼스가 궁금했던 아이유를 이예지, 오윤동 연출의 <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 >로 만났다. IMAX의 커다란 스크린과 풍성한 사운드도 흡인력있는 2시간을 보냈다. 2024년 9월에 열린 아이유 월드투더 앵콜 콘서트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담은 콘서트 필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Zgqi73N5M4


‘Blueming’(2019)와 ‘라일락’(2021)’, ‘Celebrity’(2021), ‘너랑 나’(2011)’같은 히트작을 아울렀지만 영화 제목, 투어명처럼 2024년 2월 20일 발매될 근작 < The Winning >가 셋리스트중심축이었다. 아레나를 채울만한 부피감 큰 ‘Shopper’와 신효범과 패티김, 한영애와 나미 등 한국 디바들의 액자 속 사진이 연이은 등장에 숙연해지고 심지어 스산함과 긴장감까지 드리운 ‘Shhh’, 아가페의 위대함을 설파한 ‘Love wins all’ 등 수록곡 하나하나 개성이 또렷했다.


후반부 힙합 패션으로 자유롭게 부른 ‘스물셋’의 훵키 사운드에선 예전 대학교 스쿨밴드 무대가 떠올랐고 ‘너랑 나’는 풋풋한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생각났다. 이적과 함께 부른 ‘삼촌’의 멜로디도.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겨준 ‘너의 의미’에선 나도 아주 조그맣게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제는 산울림만큼이나 아이유의 ‘너의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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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유명한 곡들에도 눈길이 갔다. 탱고 풍 ‘Obliviate’와 삼바 리듬의 ‘Havana’ 등 이국적 분위기에서 음악적 실험성을 엿보았고 무대 연출적으론 여러 가지 바다 생물의 등장과 푸른 배경으로 바다 ‘어푸’와 드론에 탑승한 별이 무대 한 바퀴를 휭 돌아 꿈 많은 소녀에게 도착하는 동화적 연출의 ‘관객이 될게’가 돋보였다. 디즈니 영화속 공주처럼 아름다운 드레스와 왕관을 쓰고 노래부른 ‘Last Fantasy’도 기억에 남는다.


그와 같이 성장해온 느낌이다. 2009년 데뷔 앨범 < Growing Up >의 CD도 이젠 없어진 명일동 음반 가게에서 구매했다. 훵키 리듬의 ‘Boo’와 록 질감의 ‘있잖아(Feat. 마리오)’, ‘미아’처럼 개성 넘치는 곡들이 가득했다. ‘좋은 날’의 삼단고음과 ‘너랑 나’의 째깍째깍 시계춤, 음악적 시도를 드러냈던 스윙 리듬의 ‘분홍신’, 성숙의 징표 ‘밤편지’, 지드래곤과 콜라보한 ‘팔레트’, 아이유의 궤적이 곧 2010-20년대 가요 역사와도 같다.


최근 5년간 관심을 덜 둔게 사실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역시나 참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곡들이 많구나, 20세기 조용필과 나훈아, 이선희와 이미자가 있었다면 21세기는 그야말로 아이유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콘서트를 두 번으로 나눠도 히트곡이 넘치는 그런 풍부한 레퍼토리의 소유자 말이다.


그는 두말할 나위없는 슈퍼스타다. 스타덤에 오른지 한참 지난 2024년 발매한 EP < The Winning > 타이틀 트랙 ‘홀씨’에선 “세상 모두 꽃이 될 필요가 없다”라고 외친다. 꽃만큼 어여쁘고 만인에게 주목받지 못해도 자유롭고 가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작은 씨앗.콘서트 후반부 그는 “이제 거의 다 끝났으니까 팬 여러분이 싫어하는 건 알지만 한 번쯤 할말을 해야겠다”며 “여러분과 여기 모든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나 따위가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경우에 따라선 “굳이 ‘따위’란 단어까지 써 가며 이런 얘기를 할까?”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자체가 아이유의 성향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과 “유희열의 스케치북”같은 미디어에서 간헐적으로 봤던 아이유는 겸손하고 진중한 모습이었다. 막 유쾌하게 까분다거나 자신감 넘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속 공연에서도 그랬다. 멘트가 소박했고 카리스마 혹은 달변이 아니었다. 주변의 시선과 별개로 아이유 본인은 통기타 하나로 음악 시작했던 십대소녀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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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와 서태지 같은 “구름 위를 걷는” 스타들과 달리 옆집 소녀처럼 친근한, 나도 연약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인간임뿐임을 고백하는 아이유에게서 같은 눈높이로 땅에 붙어 걸어가는 현시대 스타의 이미지를 목도했다. 한편으론 유명세와 그에 따른 각종 담론을 차치하고 “음악”이 아이유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임을 깨달은 지점이라 왠지 모를 신뢰감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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