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빈밴드 단독 콘서트 GET LUCKY!
국내 록밴드로써 2천석 규모의 예스24라이브홀을 매진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 마니아가 두터운 해외 뮤지션들도 종종 판매 부진으로 애먹는 이 공연장을 5년 차 밴드 유다빈밴드(ydbb)가 이틀 연속 꽉 채웠다. 공연장들 가득 메운 인파가 이들의 현재 체급을 입증했다. 프론트퍼슨 유다빈의 매력과 대중성 갖춘 음악으로 사랑받는 유다빈밴드 혹은 YdBB의 단독 콘서트 “GET LUCKY!”에 다녀왔다.
생동감과 명랑함을 기조로 둔 밴드답게 “체육대회”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알쏭달쏭했던 콘서트 타이틀 “Get Lucky”는 미발매 곡의 이름이었다. 강렬한 하드록인 이 신곡이 음원에선 어떤 뉘앙스로 프로듀싱될지 궁금해졌다.
애니메이션풍 그림과 활자를 띄운 수평으로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스크린을 기준으로 1, 2층으로 구성된 스테이지덕에 멤버들은 계단을 타고 위아래로 종횡무진 움직이며 역동성을 자아냈다. 2층 중앙에서 솔로를 펼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2명씩 위아래로 나뉘어 수직적 스펙터클을 구현했다.
무대 연출처럼 예스24라이브홀에서 펼쳐진 여러 콘서트 중 가장 공연 전반에 공들인 느낌이었다. 공연장 주변 포토월과 티켓과 더불어 배부된 즉석복권, 추억을 안겨줄 포토부스까지 다채로운 장치에 호감도가 높아졌다.
이래 놓고 음악이 별로였다면 주객전도였겠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 음원에선 연주력보단 대중적이고 편안한 구조가 돋보였으나 실용음악 메카인 호원대 출신 실력파 멤버들이 공연에선 연주력을 맘껏 선보였고 악기별 솔로 타임도 더러 주어졌다.
2024년 12월 인터뷰에선 “연주자보다 작곡가의 시선으로 음악을 바라보게 된다”던 기타리스트 이준형도 기타 교체까지 해가며 테크니션 면모를 드러냈고, 트럼펫과 색소폰 등 관악기 연주자도 참여한 “유다빈밴드배 악기대결”에서 들려준 조영윤과 이상운의 베이스-드럼 리듬섹션이 다이내믹했다. “ydbb”가 적힌 커다란 투명 공이 허공을 떠다닌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도입부의 조영윤-이준형의 유니즌 플레이가 점입가경.
역시나 중심엔 유다빈이 있다. 마찬가지로 호원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생인 그는 탄탄한 기본기와 성대로 2시간 반 동안 지치지 않고 노래 불렀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같은 감성적인 곡과 차분한 질감의 ‘땅’부터 “숨이 막히게 조여오던 삶 / 이제야 마주한 꿈의 대양”이란 노랫말이 가슴에 남은 ‘항해’처럼 롹킹한 곡까지. 크라잉 넛을 리메이크한 ‘좋지 아니한가’에서 쭉쭉 뻗어나가는 가창에서 고속도로 타고 시원하게 내달리는 이들의 미래가 그려졌다.
관객과의 소통도 돋보였다. 리더 이상운을 비롯해 멤버 전원이 돌아가며 멘트의 주인공이 되었고 12월 인터뷰 당시 구성원들의 표정이 떠오르는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다빈밴드”지만 유다빈 이외에도 이상운과 조영윤, 유명종과 이준형 한 명 한 명 개성이 또렷하고 고루 주목받는 모습이 훈훈했다. “유다빈 밴드”가 아닌 이유다.
후반부 관객들의 소원을 묻는 시퀀스에서 “유다빈밴드의 다음 단독 공연 전에 정규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외침에 “쌓아둔 곡은 많다”란 답신이 돌아왔다. 실제로 본 공연에도 ‘Get Lucky’를 비롯해 다섯 곡가량의 미발매 곡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음반 발매, 특히 정규작의 경우엔 레이블과 소속사와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밴드의 창작력만큼은 입증된 셈이다.
청중에 이어 유다빈밴드도 꿈을 밝혔다. 올해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치는 것. 꿈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는 확정된 기정사실이지만 그 계획을 전하는 구성원들의 가슴도 실시간으로 두근대는 듯 보였다. 3천석 규모의 올림픽홀이지만 현재 기세로 봤을 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 아닐까 싶다.
유다빈은 떠나는 관객들을 향해 몇 번이고 “고맙습니다, 다시 만나요!”를 외쳤다. 관객을 향한 근원적 사랑과 “수십 년 밴드하고 싶습니다!”라는 멘트에서 드러난 갈망과 열망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