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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영국 록의 희망, 드디어 한국으로

영국 록밴드 리버틴즈 첫 번째 내한 콘서트

by 염동교

2008~9년경 고등학생 시절 밴드 뮤직 즐겨 듣는 아이들의 MP3에 뮤즈나 그린데이, 린킨 파크와 오아시스가 있었지만 리버틴스를 쉬이 발견하긴 어려웠다. 2000년대 초중반 짧았던 절정기를 지나 불꽃이 사그라든 시기였다. 그래도 화이트 스트라입스와 스트록스 같은 미국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집단들의 대항마로, 새천년 영국 록의 기대주로 주었던 부상했던 이들의 위상은 익히 들어왔다. 날렵했던 피트 도허티와 모델 케이트 모스의 사진도 종종 인터넷에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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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4집 < All Quiet on the Eastern Esplanade >가 그래서 반가웠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밴드의 풀렝스 앨범엔 영국향 폴폴 나는, 2000년대 초중반 그 시절 우리들이 좋아했던 펑크와 로큰롤로 가득 차 있었다. 뉴 클래식 지위에 오른 ‘Run Run Run’과 데카당스한 ‘Oh Shit’같은 킬러 트랙은 2024년 작이 아닌 15년 전 2009년도 음반이 아닐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신보가 셋리스트 중심이 되는 신보 투어는 신보의 위력에 절로 탄력 붙었다.



중년과 청춘, 이율배반적 두 단어가 공존했던 100분. 배 나온 도허티와 주름 자글자글한 칼 바랏의 음악엔 젊음과 약동이 녹아있었다. 2002년 데뷔작 < Up the Bracket > 속 전설적인 움직임과 다이내믹스를 재현한 ‘Boys in the Band’와 ‘Up the Bracket’에서 리버틴즈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어 다 함께 합창한 앙코르 ‘Time for Heroes’와 ‘Can’t Stand Me Now’ 같은 리버틴즈 클래식에서 1, 2층 청중은 일제히 환호했다.


리버틴스의 중추는 피트 도허티-칼 바랏 콤비다. 영국 모던록계 브로맨스의 상징과도 같은 이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이크를 두고 입을 맞댈맞출 때마다 스탠딩존의 여성 관객들을 “꺄악~”비명을 내질렀다. 둘이 실 비교적 느긋한 도허티와 쾌속을 즐기는 바랏이 서로 중간점을 맞춰가며 기타 톱니바퀴가 맞물려나가는 모습이 실로 인상적이었다. 물론 플랫 캡 차림의 묵묵한 베이스 연주자 존 핫셀과 멤버들 띠동갑뻘인 드러머 개리 파월이 건설한 리듬 섹션의 안정감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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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요소가 알알이 박혀있는 기타 록은 사반세기 선배뻘 더 잼이나 버즈콕스를 소환하고 직선주로에 따분해질때마다 꺼내든 스페셜스(The Specials) 풍 스카 리듬이 확신에 찬 음악적 자신감과 자부심을 읽었다. ‘Gunga Din’ 도입부와 ‘What Katie Did’의 전체적인 곡조에서 카리브해의 바다내음을 맡는다.


부드러운 기류로 사랑받은 ‘You’re My Waterloo’와 더불어 2015년 3집 < Anthemes For The Doomed Youth >의 킬러 트랙으로 일컬어지는 ‘Heart of the Matter’와 2집 < The Libertines >의 대표곡 비교적 어쿠스틱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다 급작스런 핸들 전환이 매력적이었다. 한때 드림카였던 포드 무스탕을 상기한 귀여운 분위기의 ‘Mustangs’와 도허티가 “산 넘고 들 넘고 바다 건너 잉글랜드에서 왔답니다”라며 농담 섞인 멘트로 시작한 ‘Merry Old England’ 같은 신보 수록곡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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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도 돋보였다. 블레이저에서 청재킷으로 의상 체인지를 감행한 도허티는 길쭉한 팔을 이용해 마치 거리의 악사처럼 기타 바디를 명치에 붙여 연주했고 칼 바랏은 무대 양쪽을 바삐 오가며 열정적인 기타 스트로크를 지속했다. 폭발적인 드럼 솔로를 선보이던개리 포웰이 차분하게 건반을 연주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그를 둘러싸 하모니를 창출하는 아름다운 장면의 ‘Man with the Melody’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폰테인즈 디씨와 블랙 컨트리 뉴 로드 같은 실험적이며 독창적인 포스트 펑크 집단들이 현재 모던 록 신을 정의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리버틴즈의 음악은 신선하지 않다. 하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2000년대 초중반 개러지록, 포스트 펑크를 시대 타지 않는 로큰롤로 윤색한 이들의 근작이 적소(適所)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아직 이들은 젊다. 40대 중후반 나이로 팔팔한 이들은 아직 < All Quiet on the Eastern Esplanade >에 준할만한 작품을 더 내놓을 수 있다. 리버틴즈의 5집과 신보 기념 두 번째 내한이 눈에 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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