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몬하잇 전주 더바인홀 내한 콘서트
재즈 전문 공연장 더바인홀의 기획으로 올해 처음 시작된 2025 제1회 전북국제재즈페스타. 그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사반세기 경력의 미국 보컬리스트 제인 몬하잇이었다. 몬하잇의 벨벳처럼 매끄럽고 버건디 드레스처럼 매혹적인 싱잉와 칼 맥코마스-레이츨(Karl McComas Reichl)의 콘트라베이스와 케빈 캐너(Kevin Kanner) 드럼, 맥스 해이머(Max Hayemer)로 이뤄진 “제인 몬하잇 콰르텟”은 때론 부드럽게, 종종 폭발적이고 격정적인 선율로 전주의 밤을 수놓았다.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스펙트럼이 돋보였다. 어빙 벌린의 고전 ‘Cheek to Cheek’의 폭발적이며 속도감 넘치는 합주는 공연의 에너지 레벨을 한껏 끌어올렸고 반대로 ‘Over the Rainbow’는 울먹이는 음성으로 감정선이 미묘했다. 노래도 연기의 일종임을 일깨운 퍼포먼스. 그녀를 상징하는 대표곡 ‘Taking A Chance On Love’는 관객들의 함박웃음을 불러왔고 마이클 부블레와 입을 맞춘 초기작 ‘I Won’t Dacne’에선 “나와 달리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가수였어요!”라며 일화를 공유했다.
보였으며 팬데믹 이전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해당 국가와 음악을 향한 애정을 공유했다. 조빔의 두 명곡 ‘Dindi’와 ‘Águas De Março(Waters of March)’를 능란하게 불러제꼈다. 굴곡감 넘치는 가창이 라틴 고유의 그루브와 리듬과 조화로웠고 어떤 곡들은 아예 포르투갈어로 소화했다.
“이 음반의 존재는 아무도 몰라요”라며 농을 던진 2013년 작 < The Heart of the Matter > 수록곡 ‘Depende De Nós’와 2024년 신보 < Jane Monheit >의 ‘My Brazil’ 등 마침 작년에 내한 공연을 펼친 이방 린스에게 각별함을 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진 않지만 제가 린스에게 영어 가사를 줄곧 써왔어요”라며 흥미로운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의 연주자들 중에서도 피아니스트 맥스 헤이머는 군계일학이었다. 몬하잇이 “맥스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랄만큼 신뢰가 돈독한 그는 신기에 가까운 손가락 움직임으로 빠른 노트를 짚어나갔다.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와 전설적인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Green Finch And Linnet Bird’를 비롯해 셋리스트 대부분의 곡을 편곡할 만큼 음악적 재능을 표출했다.
야성적이며 도발적인 외양처럼 종종 짓궂은 농담을 던졌던 제인 몬하잇은 공연에 특화된 인물로 보였다. 사람 자체가 외향적이고 유쾌해 보인달까. 하지만 노래에서는 또 떨림과 서글픔, 연약함 등 여러 감정을 선보였고, 더바인홀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맥스 해이머의 건반과 함께한 듀엣으로 두 번째 앙코르를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펼친 공연을 향한 각별한 마음과 마지막 순간이라는 애틋함이 중첩되었는지 25년 경력의 아티스트는 벅차오른 모습이었다. 피곤했을 텐데도 성실한 태도로 공연 후 사인회까지 강행한 제인 몬하잇의 이른 재방문을 고대한다. 내후년쯤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에 오면 참 그림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