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가 싱가포르 콘서트에 다녀오다
아이콘(ICON).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파격과 도전정신의 아이콘에서 무릇 롱런의 아이콘으로 진화한듯한 레이디 가가의 “MAYHEM” 싱가포르 콘서트에서 왜 그가 유일무이한 수퍼스타인지 몸소 실감했다. “Dance Or Die”라는 대명제 아래 혼돈과 자기분열, 안식에 이르는 여정을 2시간 시청각 스펙터클로 풀어헤쳤다.
가가의 충실한 팬을 일컫는 리틀 몬스터스가 아니기에 저 모든 메타포와 상징체계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현대미술처럼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이내 상상하는 맛이 있었다. “Of Velvet and Vice”부터 ‘Bad Romance’로 피날레를 장식한 “Eternal Aria of the Moster Heart”까지 총 5부 구성과 4차례에 이른 환복은 “지상 최대의 쇼”를 연출하려는 예술가의 도전정신이었다.
악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주문 (Abracadabra)을 걸고 타락한 얼터에고를 병으로 규정하며(Disease) “그를 물리치는 저격수가 될 지어다(Killah) 그럼 결국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에 이를지니(Garden Of Eden). 엉터리 서사겠으나 < MAYHEM > 트랙으로 제멋대로 퍼즐 맞추는 재미가 쏠쏠했다. 프린스의 훵크와 게사펠슈타인의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Killah’가 이번 콘서트의 킬링 트랙.
거대한 붉은 드레스와 지팡이를 활용해 격정을 묘사한 ‘Abracadabra’와 모래사장에서 해골을 껴앉았던 ‘Perfect Celebrity’, 은빛 투구와 갑옷을 하나 둘 풀어헤치며 해방감을 표시한 ‘Paparazzi’처럼 시네마틱한 무대가 이어졌다. 격정적인 안무 속에서도 안정적인 가창은 “어느 장르에서도 기본은 해주는” 범용성과 연결되었다.
기존 히트곡을 콘서트 스토리텔링에 끌어당겼다. 4번째 순서인 “To Wake Her Is to Lose Her”에선 까만 선글라스의 절도 넘치는 외양과 군무로 “네 자신이 되어라”란 ‘Born This Way’ 속 주제 의식을 강조했다. 5월 18일 셋리스트상 신보의 ‘Blade of Grass’를 예상했으나 피아노 앞에서 ‘Always Remember Us This Way’를 열창했다. ‘Shallow’와 더불어 국내 라디오가 사랑하는 파워 발라드. “That Singpaore Sky Burnin’ in Your Eyes”라는 노랫말 변주가 관객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줬다.
하얀 드레스와 금빛 헤어의 우아함으로 싱가포르 국기 앞에서 부른 ‘Alejandro’는 과잉된 톤으로 창문 너머로 지상의 사내를 호출하는 고전 희곡의 클리셰를 연출했다. 오래도록 빌보드 싱글 차트 탑10을 수성 중인 ‘Die With A Smile’에선 브루노 마스 없이도 곡을 장악했다.
“그 가수에 그 팬”이란 말마따나 화려한 착장이 넘쳐났다. 뒤가 질질 끌릴 정도로 꼬리가 긴 백의(白衣)를 두른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3부 “The Beautiful Nightmare That Knows Her Name”의 의상인 푸른 반짝이 드레스와 검정 뿔을 장착한 내 앞자리 관객이 시선을 강탈했다.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고 자기 자신이 될 것”을 39세 스타일 아이콘의 호출에 자녀들은 총천연색 스타일링으로 응답했다.
공연이 끝난 한참 뒤에도 관객들은 내셔널 스타디움을 활보하며, 대형 스피커가 내뿜은 ‘The Edge of Glory’를 따라부르며 초대형 이벤트의 여운을 삼켰다. 절정기의 완벽한 복권(復權)은 아닐지언정 과거와 미래의 음악적 융합과 펀치력있는 개별곡 등 절치부심(切齒腐心)의 < MAYHEM >이 궁금했다. 풍성한 볼거리와 더불어 “Put your Paws Up” 를 끝까지 외치며 리틀 몬스터스를 규합한 21세기 팝 여제(女帝)는 이 날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