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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Jan 27. 2022

인간 상상력의 해방 - 초현실주의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다녀오다

(본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따라서 첨부한 이미지는 직접 촬영한 게 아니다.)


2016년 암스테르담 교환 학기에 잠깐 방문한 로테르담은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했다. 미술관은 방문하지 못했지만, 개성 넘치는 상점들로 가득한 마켓 홀을 한참 구경했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들>은 3월 6일까지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원화작품 18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초현실주의가 문학으로부터 시작된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물론 내가 접한 초현실주의 예술 작품은 회화, 조각, 사진 등 문학 이후 발생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동네 도서관에서 앙드레 브레통의 <나쟈>라는 책을 펼쳐봤는데 기묘한 삽화들이 문장과 섞여 있었다.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브레통이 궁금해졌고 이번 전시에서 약간의 해답을 얻었다.



그는 초현실주의의 리더였다. 전시회 곳곳에 흩어진 선언문과 잡지 등에서 그의 리더십을 읽었다.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교류, 다다이즘의 영향으로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1924)의 이념은 ‘인간 상상력의 해방’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에 구름이 갇그한 커플>과 르네 마그리트의 <그려진 젊음>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와 같은 초현실주의계 슈퍼스타들의 작품이 역시나 빛을 발했다. 기상천외의 인식이 강했던 달리의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은 무척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어느 중년 남성은 마그리트의 <그려진 젊음>을 지나치며 터치가 무척 섬세하다며 감탄사를 남겼다.


폴 델보의 <붉은 도시>와 <달의 위상>


조금은 덜 알려진 예술가들도 돋보였다. 마그리트와 같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폴 델보. 개인적으론 이번 전시회의 MVP. <달의 위상>과 <붉은 도시>를 응시하며 낯선 신비감을 느꼈다. 환상계에 있는 듯한 그림이 왠지 모를 소격 효과를 주지만 불편하기보단 신비롭고 꿈결 같다.


크리스티안스 토니 <무제>

보는 위치와 횟수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인다. 암스테르담에서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크리스티안스 토니의 작품을 그저 한번 훑어보고 지나칠뻔하다 다시 멈춰 섰다. 얼굴을 바짝 대고 기괴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곡선을 감상한다. 관점에 따라 호랑이 또는 토끼로 달리 보이는 한국 지도처럼 크리스티안스 토니의 데생에는 비밀스러운 여러 형체가 숨어 있다.


초현실주의에서 꿈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욕망일 테다. 적빛의 방에 들어서면 그보다 더 강렬한 한스 벨머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여체의 인형은 주렁주렁 열매가 열려있거나 내장이 뒤틀려 튀어나오는 듯 그로테스크한 모습. 시각적 충격 뿐만 아니라 욕망의 뒷모습을 고찰한다는 점에서 형이상학적 에로티시즘의 칭호에 걸맞다.


한스 벨머의 <인형>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벨 에포크를 배경으로 당대 예술계 명사를 한데 모았다. <안달루시아의 개>로 유명한 스페인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과 함께 나오는 사람이 바로 만 레이다. 그의 작품은 미적으로 빼어나다기보단 재치로 가득한데 작품을 보고 ‘뭐지?’ 하다 제목을 들으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식이다. 뒤샹의 <샘>처럼 만 레이의 작품들도 고정관념을 부수는 펀치력이 있다.


만 레이의 <복원된 비너스>와 <선물>


생각보다 적었던 관람객과 잘 구성된 전시장 덕분에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마지막 6섹션 관람을 마치고 역순으로 빠르게 훑으며 작품들을 눈에 담았다. 약 2시간 20분.  초현실주의 작품을 통해 상상과 예술엔 한계가 없음을 확인했고 현실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예술가의 믿음에 매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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