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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Jan 30. 2022

레코드 마니아들의 축제

제10회 서울레코드페어가 홍대 일대에서 펼쳐지다.

평소에도 젊은이들로 북적한 홍대입구역이 더욱 바빴다. 일본 시티팝의 기수 야마시타 타츠로의 레코드를 팔에 걸고 다니는 이와 어느 이름 모를 일본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꼭 안고 가는 여자를 보았다. 원하는 걸 손에 넣은 뿌듯함, 곧 손에 넣게 될 것을 향한 설렘 등 다양한 표정이 오갔다.


제10회 서울레코드페어가 마포구 일대의 ‘무신사 테라스, 라운지’와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서 열렸다. 작년에 열리지 못한 아쉬움과 단 하루만 열린다는 점에 주변은 인산인해. 두 시경 무신사 테라스가 있는 AK몰에 도착했지만 대기 번호 900번을 받고 좌절, 4시 일정 때문에 빠른 포기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 가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현황을 물었다. ‘상대적으로’ 줄이 적다는 친구의 말에 곧장 달려갔다. 인내심을 갖고 40분 정도 줄을 서 결국 행사장에 들어갔다. ‘그래도 4시 회의 전에 잠깐 구경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부스부터 반가웠다. 클리크 레코드. 을지로에 있는 이 감각적인 숍엔 하우스와 소울, 훵크와 신스팝 등 여러 가지 장르를 아우른다. 이번에 들고나온 앨범들도 훌륭해서 더 버스보이스의 과 필리 소울의 대가 스타일리스틱스 1975년 작 <Thank You Baby> 그리고 현재 확인 불가한 디트로이트 소울 레코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은 탓에 몇 군데 부스만 골라 보자는 마음이었다. 행사장 끝에 위치한 <알루엣>은 ‘수집가 가치가 있는 중고 음반을 판매한다.’ 는 설명처럼 고가의 레코드를 취급했다. 소울, 훵크 쪽에 모르는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이라 당황했지만 ‘Lovin’ you’를 부른 미니 리퍼튼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리퍼튼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 공포 영화 <어스>에 나온 ‘Les fleur’에 꽂힌 적이 있어 다른 곡이 궁금했던 차. ‘미니 리퍼튼 정규앨범이 6장 밖에 없는데(그녀는 고작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정규 3장 정도의 곡이 들어간 컴필레이션’이란 설명을 주셨지만, 가격의 압박이 거셌다.


재즈 섹션을 둘러보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 스틸리 댄이었다. 나의 중미 여행을 수놓았던 스틸리 댄의 음악들. 아직 포크의 향취가 남아있던 데뷔작 을 보았다. 수록곡 ‘Dirty work’의 후렴구 ‘I’m a fool to do your dirty work, oh yeah’ 가 머리에 피어난다. 뒤이어  두 장이 나타났다. ‘Black Friday’와 ‘Bad sneakers’ 같은 후끈한 재즈 록이 포함된 이 앨범은 메뚜기류 곤충이 그려진 앨범 커버도 인상적이다.



스틸리 댄의 명반 <Aja>를 리이슈반으로 보유했지만, 오리지널 혹은 초판은 없었다. 의 가격을 여쭤보니 각각 6만 5천, 3만 8천원 이란다. 깎아서 5만 7천 원에 초판을 구입했다. 사실 이 ‘초판’의 개념엔 설왕설래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전문적으로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마주레코드’ 여기도 개인 셀러였다. ‘Buy 4, Get 1’이라는 솔깃한 정책을 펼치는 곳이었다. 익숙한 팝 앨범과 퓨전 재즈 앨범이 많았는데 아마 사장님께서 애호가 입장으로 입장의 모아둔 것을 파는 게 아닐까 한다. 여담으로 비닐 포장이 참 잘 되어있더라. 피부 좋은 사람에 끌리는 것처럼 튼튼한 비닐에 잘 싸여있으면 노후한 음반도 그럴듯해 보인다.



시간이 없는데 판은 사야겠고 손놀림이 바빠졌다. 익숙한 이름의 퓨전 재즈 앨범이 보였고 마침 최근에 해당 장르와 관련된 글도 쓴지라 막연한 합리화로 4장을 집어 들었다. 아 공짜로 받게 될 한 장까지 더.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키보디스트 조지 듀크의 1982년 작 과 긴 역사를 가진 미국의 소울,재즈 밴드 크루세이더스의 1984년 작 , 퓨전 재즈를 대표하는 건반 연주자로 슈퍼밴드 포플레이에서 활약한 밥 제임스의 1978년 작 (그 유명한 ‘Angela’도 들어가 있다). 미국의 퓨전 재즈 밴드 옐로우자켓의 1986년 작 , 마지막으로 최근 쓴 글에도 올라간 스파이로자이라의 1979년 작 까지. 친구들을 초대해 퓨전재즈 특별 방송을 해도 좋을 만큼 앨범이 모였단 생각에 뿌듯했다.


4시 반에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한정판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레코드페어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한정판인데 오프라인 행사 종료 후 온라인 웹사이트로 풀린다는 말이 있으니 혹시 아쉽게 놓친 이들은 관심 가져보시길.



처음 가보는 서울레코드페어라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무신사테라스라운지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촉박한 시간을 이용해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의 행사장을 구경했다. 따뜻한 외투와 인파의 열기로 몸이 후끈해졌고 각양각색 부스를 보는 재미로 가득했다. 주머니가 허해진 만큼 좋은 레코드도 많이 건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대기 선도 길었고 대기 인원 통제도 잘 안 되더라. 예전엔 서울역에서 양일에 걸쳐 진행한 행사를 가뜩이나 북적한 홍대 일대에 하루로 압축하다 보니 정신없었다. 물론 팬데믹 여파에서 행사를 기획 및 추진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부디 내년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상황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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