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뮤지엄의 샤갈 특별전을 다녀오다
삼성역 근처 마이아트뮤지엄에 위치한 샤갈 특별전에 다녀왔다. 평일 저녁이긴 했지만 의외로 한적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사진 촬영은 불가했다.
샤갈 그림 좋아하는 사람 참 많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세계. 독특한 구도와 화려하지만, 결코 뽐내지 않는 색채. <도시 위에서>, <신부>, <에펠탑의 신랑신부> 같은 작품을 넋 놓고 바라보곤 했다.
나 같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회가 살짝 낯설지도 모르겠다. 약 200여 점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의 중심 주제는 바로 ‘성서’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화풍과 주제가 있지만, 양적으로나 메시 지적으로 성경에 관한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첫 번째 섹션 <샤갈의 모티프>는 파리의 명소를 샤갈식으로 포착했다. 파리는 러시아 출신 샤갈의 제2의 고향이었다. 모이셰를 버리고 마르크라는 프랑스식 이름을 택했고 로베르 들로네, 모딜리아니와 교류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1960년대에 발표한 <투르네 강변 (에펠탑을 향한 시선)>, <에펠탑의 연인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화풍을 엿본다.
곧이어 ‘어라?’ 했다. 예루살렘의 풍경을 담은 과슈 작품(수용성 아라비아 고무를 매재로 안료와 혼합한 불투명 수채화구 또는 이것을 써서 그린 그림)와 성서에 관련한 105가지 장면이 나온다. 모두 흑백의에칭화라서 ‘샤갈=컬러풀’의 고정관념과 다르지만, 화가의 집념을 느낀다. 모세와 이사야, 엘리야 등 어설피 알던 구약성경이 반가웠고 구도자의 자세로 한 폭 한 폭 그렸을 샤갈이 눈에 선했다. 4m에 달하는 태피스트리(멀리서 봤을 땐 카펫처럼 보인다) <모세>와 <다윗과 밧 세바>는 그야말로 압도적. 같이 간 친구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그림 속 디테일을 공유했다.
네 번째 섹션 <또 다른 빛을 향하여>는 전쟁 후 남프랑스에서 그린 그림을 담아 상대적으로 밝다. 20세기 초반 파리와 물랭 루주를 연상하게 하는 아트 포스터들은 샤갈 특유의 구도와 색감이 드러난다. 랭스 시립 미술관의 <메츠 대성당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포스터가 아름답고 그가 직접 쓴 시와 삽화를 전시해 문학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섹션 4의 제목과 같은 1985년 작 <또 다른 빛을 향하여>로 경력의 마지막 점을 찍었다. 이 작품은 동화책에 어울릴법한 순수한 화풍으로 묘한 애상을 자아낸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 그는 만 97세.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 이런 순수함을 간직했다는 점에서 역시 천상 예술가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전시가 늘 반갑다. 중요하지만 미처 모르고 있던 예술가의 경력을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나치즘에 의해 독일에서 탄압받았던 그는 유대인이 받는 억압을 성서 속 이스라엘인들의 고통과 결부했다. 몽환적인 꿈나라 같던 그의 화풍이 <성서 시리즈>에서 유독 처절하고 진중해 보이는 이유다.
양과 질 모두 포섭한 마이아트뮤지엄의 <샤갈 특별전>을 통해 몰랐던 샤갈의 모습, 아티스트의 방대한 경력과 스타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