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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Feb 21. 2022

초현실주의 'One of A Kind' 달리를 만나다.

예술가의 인지도와 유명세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초현실주의 슈퍼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살바도르 달리가 아닐까 싶다. 엿가락처럼 축 늘어진 시계와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를 가진 코끼리, 정체 모를 목발 등은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익숙하다. 독보적인 아우라로 20세기 미술의 ‘원 오브 어 카인드’로 떠오른 달리의 대규모 전시회가  라는 이름으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이다. 스페인 피게레스와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까지 총 세 군데 박물관의 원화를 빌려와 일대기를 망라했다.


‘정력가 & 야심가’. 전시회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 달리의 이미지다. 회화에서 삽화, 영화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관심사를 드러냈다. 상업 예술에 발을 담갔단 이유로 비판받았으나 그만큼 방대한 관심사와 야심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증거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데스티노>, 히치콕의 영화 <스펠바운드>와 샤넬의 향수병 디자인까지 여러 예술이 달리의 꿈의 세계를 빌려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와 영화 <스펠바운드>의 한 장면


놀라운 점은 회화다. 기상천외하며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 화풍 이외에도, 십 대시절 인상주의 화가를 연상하게 하는 그림에서 고향 마을에서 가족과 보냈을 따스한 시간이 그려졌다. 피카소를 깊이 존경했던 그인 만큼 입체주의 그림도 다수 남겼고 달리와 상상이 안 가는 정물화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선 <슈가 스핑크스>, <두 인물> 같은 매력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슈가 스핑크스>와 <두 인물>

기발한 이중현상 기법, ‘무의식 속에서 그려지는 장면을 의식적이고 극사실적으로 표현한다는’ 편집광적 비판 등 전매특허 기법 말고도 어둠과 그림자를 창조하는 방식, 벽의 노후를 묘사하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빛과 어둠, 색가 같은 회화의 기본적 요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느꼈다. 그 또한 고유성을 확립하기 전에 단단한 기본기를 쌓은 것이다.

<볼테르의 흉상>과 <다가오는 빛의 그림자>

전시 구성도 눈에 띄었다. 그림 설명과 영상 자료가 과도하게 길면 외려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달리 전은 딱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 집중을 유지하고 관객 간의 혼선도 방지했다. 루이스 부뉴엘과 협업한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16분짜리를 편집해서 보여줬고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 <데스티노>도 7분으로 적당했다. 전체적으로 사진 촬영이 불가했으나 거대한 설치 예술<메이 웨스트(아파트에 쓰일 수도 있는 메이 웨스트의 얼굴)>가 마음을 달랬다.

<메이 웨스트>와 달리의 꿈의 세계에 관한 영상 중 한 장면

4번째 섹션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에서 각종 삽화를 보다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 둘과 동선이 겹쳤다. 그림을 보고 서로 나누는 대화가 너무 재밌어 웃음 참느라 혼났다. 기발하고도 재치 있는 해석에 귀가 쫑긋했지만, 더 들었다가 박장대소할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그 후로도 몇 번 다시 만났지만. 아! 달리의 예술가 평가표도 기억에 남는다. 다빈치, 라파엘로, 벨라스케스에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는 푸대접했다.



시대별로 잘 정리해놓은 구성 덕에 달리의 일대기를 들여다본 듯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욕심낸 야심가이자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간 정력가, 평생 ‘갈라’라는 한 여인을 사랑한 로맨티시스트, 피카소와 벨라스케스를 존경해 마지않은 후배 예술가, 독보적인 기법을 창안해 낸 초현실주의 기술자 등 다채로운 정체성이 흥미로웠다. 죽음에 관한 질문에 한 ‘일반적인 죽음은 믿지만 달리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나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라는 어록에서 자신을 향한 강렬한 믿음을 느꼈다. 모든 측면에서 그는 ‘원 오브 어 카인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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