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윤홍천 피아노 리사이틀
강동구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보긴 쉽지 않다. 몇 년 전 말 그대로 집 앞에 강동아트센터가 생겨 시간 날 때마다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언제 이사 갈지 모르지만, 집 앞 대형공연장의 이점을 최대한 누려보려고 한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그간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여행스케치 등 대중 음악 공연은 몇 차례 경험했지만, 클래식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에게 발탁될 만큼 능력을 인정 받은 윤홍천은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즐겨 듣는 CBS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에 나와 디제이 겸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협연했다.
윤홍천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다. 4번 A 단조 D.537의 2악장은 차분하게 시작하지만, 점점 서늘하게 변모하고, 8번 F#단조 D. 571은 장조와 단조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선율이 돋보였다. 서정적인 연주 가운데에서도 줄곧 고요한 힘이 느껴졌다. 20번 A장조 D.959의 2악장 Andantino는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이번 리사이틀의 백미였다. 그의 연주를 통해 실험적인 악곡 전개를 펼치면서도 감정선을 놓치지 않았던 슈베르트의 위대함이 되살아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9MldaGTOGUE
관객들의 에티켓은 아쉬웠다. 악장이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는 바람에 연주자, 청중 모두 집중이 깨졌다... 이야기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내 앞의 꼬마는 산만하게 몸을 흔들며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클래식 음악은 고급문화의 하나로써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수준에 맞는 품위를 지키고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라 음악 스타일에 있어서 소음이 치명적이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관객과 대화하는 독주회는 더더욱 그렇다.
커튼콜과 앙코르에 다다랐다. 윤홍천 피아니스트는 이번 콘서트의 주제를 ‘회상’으로 잡았고 슈베르트를 연주하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고 했다. 앙코르도 그런 맥락에서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선택했다고. 클라라 슈만을 향한 사랑이 담긴 인터메조를 연주하면서 윤홍천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름다운 퍼포먼스와 아쉬운 청중 에티켓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