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과 송강호가 동시 수상하다.
일요일 아침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진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칸에서 한국인이 본상 두 개를 탄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진 결심>은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점을 획득했고, 각종 외신이 황금종려상을 예측하며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비록 최고상은 못 탔지만, 감독상이란, 어찌 보면 감독으로서 매우 뿌듯한 영예를 안았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로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에 이은 세 번째 수상으로 ‘깐느 박’의 닉네임을 공고히 했다. ‘주연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를 향한 사랑은 말로 다 표현 못 한다’라는 소감에서 촬영 현장이 얼마나 끈끈했을지 짐작 갔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밀양>의 여우주연상(전도연), <박쥐>의 심사위원상을 함께 했던 송강호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탔다.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찾아 열심히 연기하는 과정에 힘을 쏟는다. 물론 수상은 무척 영광스럽다.”라는 뉘앙스의 인터뷰가 멋졌다. 202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까지 한 송강호를 ‘칸의 남자’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황금종려상은 의외로(?)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이 받았다. 2017년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는 5년 만에 다시금 정상에 오르며 단 9명뿐인 ‘황금종려상 2회 이상 수상자’ 클럽에 가입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에밀 쿠스트리차, 미하엘 하네케 등 면면이 화려하다. <슬픔의 삼각형>은 평점이 저조했고(물론 수상과 평점이 일치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더 스퀘어> 때도 달갑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걸 보면 ‘모든 사람이 공감하긴 어려우나 폐부를 찌르는 무언가가 있는’ 연출 스타일인가 보다.
<헤어진 결심>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았던 <클로즈>는 그랑프리(심사위원상)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그랑프리는 대상을 뜻하지만, 칸에선 예외에 해당한다. 31살의 벨기에 신예 루카스 돈트가 그 주인공. 극장에서 본 장편 데뷔작 <걸>(2018)로 재능을 확인했는데 <클로즈>는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다.
이 밖에도 <경계선> 같은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했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성스러운 거미>로 자르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폴란드의 노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이랴>로 심사위원상을 칸의 단골손님 다르덴 형제가 <토리와 로키타>로 75주년 상을 거머쥐었다. 송강호,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한국 배우의 출연으로 화제 되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브로커>에는 ‘인간 존재의 깊이를 성찰한’ 작품에 주는 에큐메니컬 상이 돌아갔다.
영화예술은 스포츠가 아니다. 경쟁 부문에 오른 모든 작품이 각각의 예술적 성취를 이뤄냈고 그걸 점수로 환산해 우열을 매기는 게 가능할까 싶다. 다만 후배 영화인들에게 가닿는 자극과 용기, 영화산업에 주는 긍정적 영향 등 영화제 수상을 통해 얻는 가치들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경쟁 부문에 올라 수상까지 한 <헤어진 결심>과 <브로커>가 아시아 여러 국가의 영화인들이 연합해서 만든 작품이란 점에서 아시아 영화의 네트워크가 더욱 활성화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