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갔으면 후회막심 했을 네덜란드 남부 도시!
30분 정도 걸어 발켄부르크 중심에 도착했다. 무척 작은 도시였다. 몇 안 되는 노천카페를 남녀노소 꽉 채우고 있었다. 이 도시의 참모습은 폭이 좁고 아담한 수로(修路)에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공유하는 Geul 강이 발켄부르크에도 흘러 마치 도시가 물 위에 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암스테르담 운하처럼 크진 않지만 소소한 빛깔을 간직해서인지 이름도 Kleine Geul(작은 Geul강)이라고 한다. 작지만 고전미를 갖춘 중세풍 도시였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성터와 벨벳 동굴(Castles Ruins & Velvet Cave). 야트막한 언덕에 조금만 힘을 내 올라가면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다음은 Cauberg Cavern 일 듯한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 동굴은 장식으로 화려하다. 샬로트의 게시물에도 이 동굴 사진이 중점적이었지만 난 시간이 안 맞아 가지 못했다.
이런 식의 포스터가 종종 보였다. ‘예전엔 이 건물에서 이런 일을 했습니다’ 표시해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19, 20세기 상업 디자인은 늘 매력적이다.
다음 날엔 발켄부르크를 좀 더 둘러볼지 남부 네덜란드의 큰 도시 중 하나인 마스트리흐트에 갈지 고민되었다. 페스티벌 장으로 가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세 시간인데 발켄부르크를 또 보긴 아쉬워서 마스트리흐트를 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안 갔으면 후회했을 도시다.
마스트리흐트는 역사부터 웅장했다. 총천연색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역사에 넋을 빼앗겼다. 생수 하나를 구매해 여행 준비를 마쳤다.
마스트리흐트는 발켄부르크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기차역 입구부터 시작되는 대로는 주말을 감지한 상점들로 시끌벅적하였다. 직원들은 가게의 테마에 맞춰 잠재적 고객을 유인했고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치랴. 밥 말리가 그려진 천막은 바이닐 매대로 이어졌고 내부도 멋진 음반으로 가득했다. 좀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 기념으로 한두 어장(이라고 말해놓고 너덧 장) 업어가고픈 마음이 들었지만 바로 페스티벌 현장으로 가야 하는 입장에서 비효율적 처사였다.
또 스테인드글라스. 아마 이번 여행기의 키워드가 아닐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뫼즈(Maas)강 근처에 있는 Sint Martinuskerk의 스테인드글래스는 독특성에서 추종을 불허한다. 입체주의 미술 같기도 하고 프로파간다 포스터의 강렬함도 묻어나오는 이 작품들은 명확한 의도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시선을 붙들어 맸다. 꼭 모든 교회가 전통적인 화풍을 따를 필욘 없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를 이어주는 Wilhelminabrug 다리를 건너 시청으로 향했다. 마스트리흐트는 기대 이상으로 예술성이 돋보이는 도시라 걷는 내내 행복했다. 종종 TEFAF Maastricht 현수막을 보았는데 순수미술, 골동품, 디자인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박람회 중 하나인 The European Find Art Fair가 2020년에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렸다고 한다. 도시의 예술적 면모를 다시금 입증하는 셈이다. 창문마다 주홍 꽃을 걸어둔 게 참 귀여웠다.
도시의 대표 장소라고 해도 좋을 Basilica of Our Lady에 입성했다. Sint Martinuskerk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우아한 화풍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줄지어졌고 어두운 건물 내부 덕분에 더욱 빛났다. 아기자기한 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어느 상점을 구경하고,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 중 하나인 Helpoort를 지나니 어느덧 페스티벌 시간이 다녀왔다. 안 갔으면 후회막심했을 마스트흐리트, 실로 운명적인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