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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Sep 25. 2022

지천명을 앞둔 뮤지션은 여전히 번뜩였다

2022 이적 소극장 콘서트 〈흔적>에 다녀오다.

이적 콘서트에 다녀왔다. 학창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솔로 뮤지션 중 하나라 단독 공연을 고대했다. 페스티벌에서 두어 번 본 적이 있지만 단독 공연이 주는 무게감은 다르다.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공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 들어섰다. 양옆을 거대한 통유리로 설계해 놓은 건축 스타일이 멋들어졌다.

공연 종료 후 이대 캠퍼스 풍경

대표곡들을 콜라주한 후 전자음악의 색을 입힌 인트로는 이적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 양시온의 작품. 골수팬이라면 반가웠을 대목이다. 2시간을 훌쩍 넘긴 이번 공연도 도입부 콜라주처럼 패닉 시절과 솔로, 정재일과 한상원, 정원영과 함께한 슈퍼밴드 긱스의 곡까지 이적이 남긴 적(跡)을 되돌아봤다.


포토 부스와 대형 현수막

초반엔 보컬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지만 베테랑답게 금세 회복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2000년대 초반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개성파 보컬’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라는 윤종신의 평처럼 저음과 고음 가르지 않고 알맹이가 단단하다. 보컬리스트라는 말이 어색지 않다.



소극장과 중극장 사이에 있는 듯한 규모가 장점이 되었다. 관객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거리면서도 흥겨운 록 넘버를 펼치기에 충분했다. 재작년 불가리아 여행 당시 원인 모를 질환으로 컨디션이 바닥을 쳤을 때 이적 6집 의 인트로 ‘물’로 에너지를 얻었다. 팬들을 향한 갈증을 표현한 이 팬 송이 공연 중반부를 달궜고 4집 <사랑>의 록 넘버 ‘그대랑’이 열기를 배가했다.



밴드 음악의 이해도가 높은 이적답게 연주자들과 합이 좋았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모던 록그룹 메이트 출신 임헌일은 진한 하드록 사운드와 훵키한 리듬 연주에 두루 능했다. 소울 재즈 피아니스트 남메아리는 이번 콘서트의 발견. 천부적인 리듬 감각을 지닌 그는 ‘짝사랑’과 ‘Rain’서 블루지한 연주를 들려줬다.



공연의 마지막은 패닉의 곡으로 채웠다. 라이브가 특히 신나는 ‘UFO’와 대표곡 ‘달팽이’, 늘 마지막을 장식하는 ‘왼손잡이’. 패닉 이외의 경력도 높은 탑을 이루지만 여전 히 불가분의 관곈가 보다. 멋진 무대 연출과 발라드와 록을 오가는 알찬 구성 등 공들인 흔적이 보였던 이적의 단독 콘서트, 셋 리스트의 모든 곡이 익숙한 걸 보고 ‘그가 내 안에 오래 머물고 있었구나’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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