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Concert>을 다녀오다
‘4년이 40년 같았다’라는 멘트가 기억에 남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팬데믹의 여파와 뮤지션의 입장에서 공연을 못 했다는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나왔다. 하지만 12월 4일 일요일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Concert>는 그간의 비관적 감정들을 모두 날려버릴 만큼 대단했다.
가창에서 놀랐다. 몇 차례 멘트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음악으로 채운 공연이었고 파워풀한 곡을 연속으로 부르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전성기와 비교하긴 어려우나 일흔셋의 나이를 믿기에도 어려운 퍼포먼스였다. 그의 음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전통가요와 록, 발라드를 비롯한 전 장르를 아우르는 조용필 가창의 위력이다.
‘Jungle city’와 ‘아시아의 불꽃’, ‘흔들리는 나무’ 등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곡 열 개 중 반 정도는 이번 셋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곡을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가수의 존재감이 빛났다.
록 마니아이기에 이번 콘서트의 베스트 쓰리도 ‘자존심’, ‘태양의 눈’, ‘미지의 세계’지만 학창 시절 엠씨 더 맥스의 버전으로 처음 접했던 록 발라드 ‘추억 속의 재회’와 전통가요에 프로그레시브 록을 섞어놓은 듯한 ‘물망초’, 화합을 유도한 ‘여와 남’ 모두 개성적이었다. 청중과 가왕은 ‘친구여’와 ‘그 겨울의 찻집’, ‘Q’ 등 차분한 넘버를 함께 부르며 노스탤지어에 빠져들었다.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한 조용필은 뼛속까지 록커다. 본인이 직접 음반 프로듀서도 할 만큼 소리에 민감한 그는 고밀도 사운드스케이프를 진두지휘했고 베테랑 연주집단 위대한 탄생이 이를 뒷받침했다. 특히 최근 송골매 공연에서도 베이스를 잡은 ‘영혼의 베이스’ 이태윤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 최희선, 기타를 든 조용필이 나란히 서 연주하는 모습은 감개무량이었다.
무대 영상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신곡 ‘세렝게티처럼’에선 가젤들이 맘껏 뛰노는 초원이 펼쳐졌고 한편의 미디어아트를 보듯 장대했던 ‘태양의 눈’, 현란한 단청무늬가 사이키델릭했던 ‘자존심’까지 시청각을 모두 잡은 퍼포먼스에 몸이 절로 움직였다.
도저히 앉아만 있기 어려운 구간도 있었다. 다행히 맨 끝 쪽 좌석이라 조금 사이드로 물러나 움직일 수 있었다. ‘고추잠자리’의 훵키한 리듬과 시네마틱 구성의 ‘태양의 눈’이 선사한 박진감, ‘미지의 세계’의 록적인 구성에 몸이 반응했다. 반쯤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매일 이러진 않으니 괜찮다.
예전부터 조용필 음악을 좋아했지만, 전성기를 체감할 기회는 없었다. 전설의 이미지로만 각인 되어 있던 이름은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나에게 다가와 가슴이 뜨거웠다. 마지막 앙코르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 관중석을 파노라마처럼 돌아봤고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두 미소 지으며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며 행복감을 주는 ‘국민가수’ 그리고 ‘가왕’ 아니 그냥 '조용필'의 힘이다.
*공연 영상 혹은 사진은 촬영 불가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