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동교 Mar 15. 2023

2023 아카데미 이모저모

시상식을 보고난 후 적는 간단한 단상들

한국 시간 3월 13일 오전 9시부터 방영된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봤다. 작품상 후보 중 반 정도를 아직 못 본 터라 각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어려우나 방송을 보며 흥미로웠던 점 몇 가지를 추려본다. 적고 나니 대부분 음악 이야기다.


1930년 작 포스터 속 루 에어스의 표정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1930년과 1979년 이미 두 차례 영화화된 적 있다. 넷플릭스가 배급한 2022년 작 세 번째 버전은 앞의 두 작품과 달리 독일 자본으로 만들었고, 언어도 독어를 사용한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국제 장편영화상과 더불어 미술상과 촬영상, 음악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음악상 수상에 불만을 표하는 영화 팬들도 많다)을 휩쓸며 중반부까지 시상식을 휘어잡았다. ‘독일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쟁’을 중점으로 미국영화인 1930년 작과 1979년 작을 비교하면 재밌을 것이다.



2. RRR

뜨거운 감자였던 인도 영화 <RRR>의 실체를 처음 목격했다. 유쾌한 안무로 숏폼 콘텐츠를 휩쓴 주제가 ‘Naatu naatu’의 퍼포먼스는 콜린 패럴의 박수갈채를 끌어냈고 끝내 주제가상까지 수상했다. 카펜터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는 음악감독 M.M 키라바니는 ‘Top of the world’를 수상소감으로 개사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4번째 후보에 오른 다이안 워렌은 다시금 수상에 실패했다.



'Calling all angels'가 수록된 <Baptism>과 올해 오스카에서 연주하는 모습

3. 레니 크래비츠

크래비츠의 공연은 SNS에서 화제였다. 이날은 ‘Are you gonna go my way’처럼 화끈한 넘버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았다. 2004년 일곱 번째 정규 앨범 <Baptism>의 ‘Calling all angels’로 작년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이 스크린에 나올 때 뭉클했다. 자크 데미의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과 코스타 가브라스의 <Z>(1969)에 출연했던 프랑스 배우 자끄 페렝의 사망도 이번 추모 공연으로 알게 되었다.



4. 탑건: 매버릭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탑건: 매버릭>이 호명될 때마다 정체불명 비명이 흘렀다. 영화의 출연진 혹은 강력한 지지자이려나. 마치 특정 배우를 응원하는 국내 연기대상의 한 장면 같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촬영 중인 톰 크루즈는 시상식에 불참했으나 <탑건: 매버릭>은 음향상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86년에 나온 <탑건>과 <탑건: 매버릭>의 비교 덕에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해졌다. 영화 덕에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역주행하기도 했다.


대망의 작품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5.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시상식 중반부까지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이끌었다면 그 후 모든 영광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돌아갔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워낙 궁금했던 차에 오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다. 개인 취향으론 작품상 감은 아니지만 아주 흥미로웠다. 워낙 꼼꼼하게 짠 멀티버스 태피스트리다 보니 한 차례 더 관람하고 싶다.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감독은 맥락없이 뒤통수치는 듯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왔고 뉴욕 밴드 조이웨이브의 ‘Tongues’ 를 보면 지향점이 확연하다. B급 감성을 장대한 시네마틱 익스피리언스로 풀어낸 다니엘스에게 감탄한다.


6. 데이비드 번

놀랍다. 일흔의 나이에도 어찌 저리 정정하고 정력적인지. 창의력의 화신과도 같다. 몇 해 전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아메리칸 유토피아>를 보고 감탄했는데 (그 날 번이 Zoom 화상회의로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멋진 공연을 펼쳤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록곡 ‘This is a life’를 미츠키 대신 출연 배우 스테파니 수와 공연했다. 영화 속 핫도그 손의 착용과 기묘한 사운드 모두 번다웠다.



7. 기예르모 델 토로

기예르모 델 토로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2017년 제90회 아카데미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을 받았으니 애니메이션과 실사 양 진영을 꽉 잡은 셈이다. 델 토로는  “애니메이션은 시네마(영화)다. 애니메이션은 장르가 아니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진행자 김태훈의 말대로 델 토로는 팀 버튼처럼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쓰리 아미고스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로 촬영상 후보에 올랐고(촬영은 다리우스 콘지) 알폰소 쿠아론의 티브이 시리즈 <Disclaimer>도 곧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Rust In Peace 눈 앞에서 펼쳐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