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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Mar 15. 2023

레이디 가가 이야기

레이디 가가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케 하는 금발의 페이스페인팅과 시선 강탈 뮤직비디오. 2010년 MTV Video Music Awards에서 입었던 알렉산더 맥퀸의 작품과 생고기 드레스처럼 아름다움과 전위를 오가는 의상. 2011년 제53회 그래미의 ‘Born this way’ 퍼포먼스는 어떠한가. 알같이 생긴 캡슐에서 나와 댄서들과 펼친 역동적 무대는 2010년대 그래미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아쉬운 건 밋밋한 음악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각적 충격파에 비례하지 못했다. ‘Just dance’와 ‘Pokerface’, ‘Telephone’ 같은 중독적 일렉트로 팝으로 전 세계를 움켜쥐었고 ‘Born this way’ 같은 노래는 지금도 좋아한다. 그저 케이트 부시나 비요크에서 느꼈던 번뜩임을 한 번도 못 느꼈을 뿐이다. 전위적 패션의 음악가보다 전위적 음악의 음악가에게 더 끌린다.


레이디 가가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칭찬하고파 글을 쓰고 있다. 단단한 기본기 덕에 음악적 전환을 이뤄냈다. 원로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과 함께한 두 장의 음반과 <스타 이즈 본>의 수록곡 ‘Shallow’는 가창력의 승전보였다. 대중가수로서 생명력을 유지할 영리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그저께 아카데미 시상식 ‘Hold my hand’ 무대에서 시작되었다. <탑건: 매버릭>에 흐른 파워 발라드다. 저 고음역 막론 시원하게 뽑아 올리는 가창력은 사운드트랙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이날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듯했지만 노래 하나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찢어진 청바지와 컨버스 스니커즈에 수수한 얼굴이었지만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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