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조 45주년 기념 콘서트 '나들이'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마치 퀸의 ‘Love of my life’ 같았다. 들국화 최성원의 선율도 아름다웠지만 이광조의 가창은 김연우를 비롯한 숱한 커버에서 느끼지 못한 감흥이었다. 그전에도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과 ‘오늘 같은 밤’을 알고 있었지만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로 ‘이광조 월드’에 들어섰다.
저 고음역을 넘나드는 중성적이고도 세련된 음색은 성인가요와 발라드를 가뿐하게 아우른다. “그림 그리듯 노래한다”란 유튜브 댓글이 딱 맞다. “목소리 상태가 안 좋아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구했으나 칠십 대의 나이가 무색한 기량이었다. 외려 유튜브에 있는 2000~2010년대 영상보다 컨디션이 더 좋아 보였다. 이정선의 커다란 팬인 지인은 “이광조는 단독 공연에서 진가가 드러난다”고 코멘트하기도 했다.
함춘호와 이정선은 40년 음악 우정을 무대에 녹여냈다. 송창식, 송골매 등 ‘함춘호와 거장’은 일종의 브랜드가 된 느낌이다. 가창자의 특색에 맞춘 즉흥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그의 전매특허. 이정선이 준 1976년도 데뷔곡 ‘나들이’에서 두 명인은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로 대화했다.
*그러고 보면 단 1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한 그룹 풍선의 무게감은 대단했다. 해바라기에서 함께한 이광조와 이정선,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3인이 뭉쳤다.
45주년(1976년대 데뷔 음반을 냈으니 실제로는 47~8주년이 맞다) 타이틀에 걸맞게 ‘사랑을 잃어버린 나’(권인하 작곡), ‘세월 가면’(이영훈 작곡), ‘즐거운 인생’ 등 히트곡을 망라했고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 <뉴욕, 뉴욕>의 주제가 ‘New york new york’과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 같은 팝송도 불렀다.
“이렇게 큰 공연장은 처음이며, 그래서 긴장되고 부담된다”라는 뉘앙스를 멘트할 때마다 드러냈다. <Song큐멘터리 백투더뮤직>에서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뒤에서 엄청나게 긴장한다. 막상 곡이 시작되면 180도 돌변하지만” 이라고 했다. 무대 밖에선 연약한 인간이나 안에선 미친 새(광조)처럼 노래하는 그는 천상 예술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