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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May 22. 2023

스모키 로빈슨 단상

스물세 번째 스튜디오 음반 <Gasms>를 발매한 알앤비 거장

83세의 스모키 로빈슨은 지난 4월 28일 스물세 번째 정규 앨범 <Gasms>를 발매했다. 오르가슴에서 따온 제목과 성(Sex)와 쾌락의 내용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스모키는 육체적 쾌감뿐 아니라 “무엇이든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 것”으로 Gasm을 규정했다. 아티스트의 뚝심과 개방적 면모가 드러난 대목이었다.

최근 스모키 로빈슨과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이 진행한 전화 인터뷰를 읽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비틀스 멤버들과의 일화, 흑과 백을 하나로 묶어준 모타운 레코드 동료들과의 추억이 실렸다. 미라클스를 이끈 전설적 알앤비 싱어이자 ‘My girl’ 등 명곡을 작곡한 송라이터로서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와도 같은 그는 아직도 음악에 정력적이었다. 


“나에게 스모키 로빈슨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봤다. 그의 음악을 깊숙히 파고든 적은 없지만 조각난 기억들을 하나로 이어묶고 싶어졌다. 첫번째는 한 유튜브 영상. 1985년 흑인음악의 메카 아폴로 씨어터(Apollo Theater)에서 스모키 로빈슨과 조지 마이클은 왬!의 ‘Careless Whisper’를 듀엣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댓글은 “로빈슨 노래 왜 저러냐”라는 뉘앙스가 다수였다. 


이십 대 초반 마이클은 활어처럼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원곡자의 노래가 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고. 지금 들어보니 스모키도 본인 방식대로 ‘Careless Whisper’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누가 잘했냐 못했냐 기량 비교가 아닌, 알앤비 선후배의 화합으로 남을 장면이다.


마이클과 로빈슨


“나는 파티광이 아니에요”란 대목이 재밌었다. 화려한 연미복에 귀걸이를 한 모습에서 플레이보이를 짐작했다. (물론 슈퍼스타나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았을 테다) 인터뷰 도입부 “나는 아직도 음반 산업에 있고 곡을 쓰죠. 이 울타리 안에 계속 머물려고 합니다”(I’m still in the record business and I still write songs)가 인상적인 이유다. 의외로 놀지 않고 곡 작업에 충실했을지도 모르겠다. 


‘The Tears Of A Clown’과 비틀스가 커버한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명곡 ‘Tracks Of My Tears’ 같은 미라클스 곡들에 비해 솔로작은 늦게 접했다. 그래도 미주리 캔자스시티에서 듣고 또 들은 ‘Cruisin’’은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온라인 스토어만 남은 홍대 미화당레코드에서 ‘Cruisin’’이 수록된 1979년 작 를 구입했다. 홀 앤 오츠의 첫 번째 베스트 앨범 (1977), 영국 싱어송라이터 조앤 아마트레이딩의 베스트 앨범 (1983)와 함께. 엘피 말고도 평소 접하기 힘든 한국 인디 밴드들의 씨디가 가득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져 아쉽다.


구글에서 ‘Smokey Robinson Best Tracks’를 검색해 곡을 쭉 듣고 있다. 미라클스의 고전부터 ‘Being With You’ 같은 솔로 히트곡까지 특유의 간드러진 보컬과 빼어난 선율감이 감돈다. 레이 찰스와 제임스 브라운, 마빈 게이와 스티비 원더의 무게감은 아닐지언정 스모키가 모타운과 써 내려간 영광과 음악 세계는 미국 대중음악의 특별한 선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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