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단독 콘서트 "해!"
그러고 보면 장기하와 장기하와 얼굴들과의 인연이 깊다. 정확히 어느 페스티벌인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이적의 공연에서 관객 입장으로 온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장얼을 만났고 연세대 대강당에서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목격했다. 장기하의 솔로 공연을 봤고 이번 공연까지 봤으니 나름 중요 궤적을 잘 따라간 셈이다.
힙합 혹은 일렉트로니카? 미니멀리즘? 뭐라 딱 하나 꼬집기 힘든 ‘부럽지가 않어’가 솔로 출사표였다. ‘옷에 안 맞는다’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와 ‘역시 신선하다’의 측면에서 영리함을 보여줬다. 일군의 마니아를 확보한 ‘EP <공중부양>는 성공적인 콘서트로 이어졌다. 호불호는 가릴지언정 일군의 마니아를 확보했다.
청년실업과 눈뜨고코베인 등 근간은 밴드다. <공중부양> EP 이후 약 1년 만에 발매한 싱글 < 해 / 할건지말건지 >는 밴드로의 회귀였다. 장기하 본인도 이번 싱글은 공연을 위해 만들었다고 할 만큼 밴드 편성 공연에 대한 갈망이 컸나 보다. 장얼을 함께했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와 에너제틱 드러머 전준일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멤버 지윤해(베이스기타)와 밴드 밴디지 출신 신현빈(기타)와 손도현(키보드) 장기하를 지원했다.
‘부럽지가 않어’와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의 편곡이 재미났다. 밴드포맷에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신선함을 꾀했다. 청중은 랩과 노래 사이에 있는 듯한 두 곡을 따라 불렀다. ‘ㅋ’과 ‘빠지기는 빠지더라’ 속 한국적 운율은 직접 부를 때 그 맛이 배어 나온다. 괜히 산울림과 송골매의 후예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은 ‘오래된 미래’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지표로 기록되었다. ‘싸구려 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별일 없이 산다’가 수록된 1집은 한국 인디신의 일대사건이었으며 2세대 인디밴드의 가장 큰 충격파였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비교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개인적으로는 2집부터의 디스코그래피를 선호한다. 음반의 프로듀서 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와 새로 영입한 건반연주자 이종민 덕에 펑키하고 쫀득한 밴드 사운드가 완성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렇고 그런 사이’와 리쌍의 버전으로도 유명한 ‘우리 지금 만나’, 셋리스트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마냥 걷는다’같은 2집 수록곡을 들려줬다. 장기하는 ‘마냥 걷는다’의 아트 록적인 키보드 후주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새 싱글 ‘해’와 ‘할건지말건지’로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약동하는 하드록과 펑크(Punk) 에너지에 장기하는 외투를 벗어젖힌 채 약동하는 하드록과 펑크(Punk) 에너지를 체화했다. 밴드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붓는 듯한 열정적 퍼포먼스였다. 미래를 속단하기 어려우나 이번 공연 같은 밴드 편성과 토킹 헤즈 데이비드 번의 영향을 받은 듯한 알싸한 솔로 작풍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