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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Nov 22. 2023

1년에 한 번뿐인 레코드 축제

제12회 서울레코드페어 후기

11월 18일과 19일 양일 열린 2023 서울레코드페어 일명 ‘서레페’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일이 있어 일요일만 다녀왔는데 돌이켜보니 양일 다 다녀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만큼 풍성한 콘텐츠로 꾸려진 2023 서레페였다. 작년 문화역서울에서 코엑스 컨퍼런스 룸으로 옮겨서일까, 장소의 차이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도 색달랐다.  

친구와 다녀온 일요일은 생각보다 덜 복잡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토요일과 분산되어인지 둘러보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가요와 팝,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바이닐 셀렉션이 중심이었지만 오디오테크니카에서 출시한 턴테이블과 음반 세척기와 귀여운 디자인의 슬립매트 레코드 관련 서적 등 다양한 콘텐츠에 눈이 즐거웠다.


예전 중고 음반을 주로 찾는 나와 최근에 발매된 트렌디한 엘피를 선호하는 동행인 둘 다 만족한 시간이었다. 애초에 음반 구입보단 분위기를 느끼려고 간거라 동행인이 음반을 고를 동안 난 행사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애시드와 프로그레시브 등 딥(Deep)한 록과 재즈, 클래시컬 뮤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시는 마포구 신수동 방레코드 사장님과 종종 산책 겸 놀러가는 해방촌 블랙뮤직 전문 숍 웰컴레코즈 직원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행사장에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진 결심>(2022)에 삽입된 정훈희의 ‘안개’. 같이 간 러시아 친구도 이 노래가 좋다고 했다. 오아시스 레코드 관련 이벤트 부스에서 나온 음악이었다. 1952년에 설립된 오아시스 레코드는 국내 대중음악의 산실이라 봐도 무방. 남진과 나훈아, 주현미 등 굵직한 이름이 오아시스를 거쳐갔다. 이벤트 부스엔 오아시스의 역사를 수놓은 앨범 이미지와 이번 페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이화의 1981년 작 정규 1집 <눈 내리던 겨울밤>이 진열되어 있었고, 1963년 발매된 <톱싱거 힛트쏭집 / 박춘석 악단> 12인치 원본 마스터릴테이프같은 귀한 사료도 볼 수 있었다.



같이 간 러시아 친구 기분이 좋아보였다. 원하던 음반을 여럿 구했기 때문이다. 트렌디한 북 아일랜드 록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의 정규 2집 <Beacon>(2012)와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팰리스의 세번째 정규 앨범 <Shoals>(2022) 등 다양한 음반을 구매했다. 명동의 오래된 음반 가게 부루의 뜨락에선 아버지가 무척 좋아한다는 키노(Кино)의 1985년 작 <Это Не Любовь...>를 사고 귀여운 토트백도 받았다. 키노의 프론트퍼슨이자 한국계 러시아인인 빅토르 초이(1962-1990)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영화 <레토>(2018)로도 만들어졌다.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다. 올해 4월 인터뷰한 뮤지션 정원영 님의 싸인회가 다가왔다. 1993년도 1집 <가버린 날들>의 엘피 재발매 기념 행사였다. 하나옴니버스와 긱스 시절 음반까지 가져온 열혈팬을 비롯 정원영 뮤지션을 만날 생각에 다들 눈이 초롱했다. 감사하게도 이름과 인터뷰를 기억해주신 원영님은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늘 응원합니다!



3시부터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한국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과의 인터뷰가 있어 행사장에 길게 있진 못했다. 인터뷰 끝나고 주상균님의 사인을 꼭 받고 싶었지만 받을 엘피가 없었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페어의 가요 섹션을 뒤지던 중 우연찮게 블랙신드롬과 블랙홀, 백두산과 Stranger가 함께한 컴필레이션 < Power Together>를 구했다. 블랙홀 음반을 거의 다 모았다는 관계자분께서 이 앨범만 없다며 한 번 만져라도 보고 싶다고 하셨다. 유치하지만 괜시리 뿌듯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번 페어에선 <Power Together>와 앞서 말한 정원영의 <가버린 날들> 리이슈만 구매했다.


글을 마치며, 결코 품 안에 넣지 못했지만 탐났던 음반들


1)YMO – YMO LP Box (1994)
 Alfa 레이블서 발매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집대성한 박스세트. 실로 엄청난 떡대에 한 번 흉포한 가격에 두 번 놀랐다. 


2)타츠로 야마시타 – Cozy (1998)
 타츠로의 네오소울 실험작. 이것도 정말 보기 힘든 음반이지만 가격이 훤히 짐작되어 패스했다. 아는 선배 말로는 이 부스에 멋진 뉴웨이브/신스팝 음반들이 많았다고 한다.


3)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 사운드트랙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판타스틱 플래닛(La Planete Sauvage)>은 늘 신비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영화는 못 봤지만 종종 봐온 스틸 이미지들은 50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고 감각적이었다. 세르주 갱스부르와 협업했던 프랑스 뮤지션 어라인 고라그어(Alain Goraguer)의 음악도 분명 특별할 것 같다. 


4) 영화 <솔라리스> 사운드트랙
 러시아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SF 걸작 <솔라리스>(1972) 사운드트랙을 발견했다. 해당 버전은 일본에서 1978년 발매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작곡가 예두아르트 아르테미예프(Eduard Artemyev)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차갑고도 건조하다. 아르테미예프의 1985년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Тепло Земли / Warmth Of Earth>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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