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 2 (6회)

by Eunyoung Kim

"위버멘쉬?" 그는 반가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아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가 모르는 너 자신. 그러면서 너를 이끄는 존재." 바람이 잠잠해지며 도서관 숲이 고요해졌다. 아미는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매일 일기를 쓰지? '내가 나에게'라고. 그 다른 나, 네가 '나에게' 하고 부르는 너의 숨은 자아가 바로 나야. 네가 읽은 니체의 위버멘쉬가 바로 그런 존재지. 네가 넘어야 할 너. 내가 나에게, 네가 너를 보는 또 다른 너."


아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위버멘쉬는 부드럽게 아미의 어깨를 잡으면서 말했다. "지금 이해하지 않아도 돼. 차츰 이해될 거야." 그는 아미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을 가리켰다. "이 책은 네가 쓰고 있는 이야기야.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남은 페이지들을 채워나갈 수 있어." 아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내려다보았다. '아미의 뇌정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 "그런데…" 아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하필 저인가요?" 위버멘쉬의 눈빛이 깊어졌다. "네가 질문을 하고 있으니까. 공허함을 느끼고, 허무를 마주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잖아. 이런 질문들은 철학의 시작이자 자기 이해의 첫걸음이야." 아미는 놀랐다. 이 낯선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아미를 아는 것이 아니라, 아미가 자기 자신을 알고 있는 거야. 나는 그저 네 안에 있는 너일 뿐이야.”


위버멘쉬가 다시 물었다. "아미, 아미라는 이름의 뜻을 알아?" "아빠가 지어주셨는데… 옛날에는 미인을 아미라고 불렀대요." "맞아. 특히 눈썹이 아름다운 미인을 그렇게 불렀지. 왜 눈썹인지 알아?" 아미는 고개를 저었다. "순수한 한국말로 아미는 정확하게 '눈썹과 눈썹 사이'라는 뜻이야." "눈썹과 눈썹 사이요?" "그래. 그 눈썹은 누에나방의 눈썹을 말하지. 고치에서 금방 깨어난 누에나방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 뽀얀 얼굴에 동그란 두 눈은 까만 점을 찍어 놓은 것 같은데 그 위에 초승달 같은 우아하고 커다란 눈썹을 달고 있지. 그 눈썹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미'라고 불렀어. 그러다가 눈썹이 예쁜 여자를 미인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아미는 누에나방을 상상해보았다. 고치 속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다가, 마침내 아름다운 눈썹을 달고 세상으로 나오는 모습. "위버멘쉬, 그 누에나방이 날아가는 곳은 어디예요?" "자연으로 날아가 자연과 한 몸이 되지.”


아미는 불현듯 물었다. "혹시… 아프락사스에게로 날아가는 건 아닐까요?" 위버멘쉬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아프락사스에게로.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신에게로." "알고 계셨군요. 제가 아프락사스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온 걸." "물론이야. 나는 너의 숨은 자아니까. 네가 읽는 것, 생각하는 것, 고민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 네가 새처럼 알을 깨고 아프락사스에게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네 안에서 깨어나지." 아미는 데미안을 읽으며 품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아프락사스라는 신에게로 날아가는 것.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이미지에 마음이 끌렸다.


"아미가 고민이 있거나 깊은 생각을 할 때 습관적으로 눈썹과 눈썹 사이를 만지는 거 알아?" 아미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왜 그런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건 나를 부르는 행동이었어." "네?" 아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바로 네 눈썹과 눈썹 사이, 피부 바로 안에 있는 두개골 속, 전전두엽의 바로 아래에 살지. 네가 그곳을 손으로 만지면 나에게 신호가 와. 그리고 네가 저녁마다 '내가 나에게'라고 일기를 쓰면 나는 아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아미는 자신의 일기 쓰는 습관을 떠올렸다. '내가 나에게'로 시작하는 일기.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무언가 달랐다.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속상한 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친구에게 화가 났던 것을 반추하면서 쓰다가 문득 자신이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기에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가 니체를 읽으며 나를 좀 더 알게 됐고, 스스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그게 내가 너에게 올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 계기가 되었어.”


위버멘쉬는 정원 전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 아미. 여기서 저 아래를 봐." 아미는 눈을 돌려 발밑에 펼쳐진 풍경을 보았다. 숨이 멎었다. 도서관이라기엔 너무 거대하고, 숲이라기엔 너무 신비로웠다. 반쯤 벗겨진 천장 위 하늘에서 달빛과 별빛이 구름 사이로 내려와 도서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살아있는 나무로 만든 책장들이 사방에 우뚝 서 있었고, 책장 안에 꼿힌 책들이 페이지마다 적힌 세상 이야기를 다른 책들에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발밑은 나무 뿌리와 이끼로 덮여 있었고, 멀리서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코끝에는 상쾌한 흙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여기서 아미의 뇌정원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위버멘쉬의 낮게 아미의 귓속으로 울렸다. "아미의 정신과 영혼, 마음이 심어지고 자라고 번성하는 아미 속의 우주, 뇌정원이지." 아미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너무나 작아서 먼지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라고 여겼는데, 이 광활한 곳이 자신 속의 세계라니. "이게 전부 제 안에 있는 건가요?" "그래. 이 모든 것이 아미야. 네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들, 그리고 앞으로 성장할 영역들.”


위버멘쉬가 아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나와 함께 여기를 구경해볼까? 내가 너의 뇌정원 안내자가 되어줄게." 아미는 자신의 작은 손이 그의 큰 손에 폭 싸이는 편안함을 느꼈다. 어쩐지 그가 고마웠다.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 같은 꽃내음이 스며들었다. 따뜻한 봄날 들판의 풀냄새 같은 내음이 코에 스미고, 온몸에는 햇살 같은 포근함이 퍼져나갔다. 아미는 여전히 빛이 새어나오는 책을 가슴에 안은 채, 자신도 모르게 위버멘쉬에게 기대었다. 두 사람은 함께 아래로 펼쳐진 아래로 넓게 파진 신비한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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