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개의 층, 하나의 정원 (7회)

5억 년의 시간이 만든 너의 세계

by Eunyoung Kim

위버멘쉬는 아미의 손을 잡고 나무 뿌리로 얽힌 계단을 몇 개 더 올라갔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정원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 있었다.

"여기 서서 저 아래를 봐."

아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정원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광활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원 한가운데 있는 깊은 호수였다. 그 호수 가로 나무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었다. 조금 떨어져서 양쪽으로 그보다 작은 호수 두 개가 더 있었는데, 이 호수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나무들 사이로 강줄기가 뻗어나와 정원 전체를 흘렀다. 물은 맑고 투명해서 하늘의 별빛을 그대로 반사하여 반짝였다. 정원은 내려갈수록 좁아졌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그 좁은 길이 어디론가 뻗어 있을 것 같았다.


아미는 정원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나무의 모양, 가지들의 배열, 뿌리들의 색깔이 층마다 달라서 각 층의 특성은 분명히 구분되었다.

"이 정원은 세 개의 층으로 되어 있어."

위버멘쉬가 손을 뻗어 가장 아래를 가리켰다.

"저 깊은 곳이 보이지? 호수보다도 더 아래 그곳이 가장 오래된 정원이야."


세 개의 층

아미는 시선을 한껏 내려보았다. 깊은 구멍 같은 저 아래에 호수가 있었고, 주위에는 오래되고 단단한 나무들이 둘러쳐 있었다. 굵은 나무들과 뿌리들이 서로 엉켜 있었고, 가지들도 촘촘히 연결되어 마치 단단하게 짜인 천을 보는 것 같았다.

"5억 년 전부터 자라온 곳이야."

"5억 년이요?"


아미는 그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흔적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저 깊은 곳에서 아주 작은 생물이 처음 시작됐어. 활유어라고 하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생물이었지. 그 작은 생물의 가운데 가느다란 실 같은 척삭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실이 단단한 척추가 되었어. 그 척추가 뇌를 품게 됐지. 네 정원의 첫 번째 층, 숨을 쉬고 심장을 뛰게 하는 뿌리가 거기서 시작된 거야. 우리 나중에 저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그 생명의 뿌리를 찾아볼 거야."


위버멘쉬는 손을 조금 위로 올렸다.

"여기가 두 번째 층이야."그곳은 물과 꽃, 나무가 어우러진 늪지대 같았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의 꽃들이 물 위에 그리고 물가로 무수히 피어 있었다. 바람이 일 때마다 꽃들은 물결과 함께 일렁였다. 나무들은 늪지에 뿌리를 내리고 구불구불한 몸통과 가지, 뿌리들이 엉켜 있었다. 잔잔한 물소리가 들리고, 꽃향기가 코끝에 스몄다.


"감정의 정원이야. 2억 년 전 포유류가 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어. 파충류 엄마는 알을 낳아 놓고 그 알을 어딘가에 묻고 떠나지만, 포유류는 달랐어.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고 품에 안고 키웠지. 아기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때까지. 엄마와 아기 사이에 사랑의 끈이 생겼어. 보호하고 보호받는 감정이. 무리 지어 살면서 서로의 감정을 아는 것도 중요해졌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위험한지.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그래서 감정의 정원이 정교하게 가꾸어졌어. 네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사랑이 모두 여기서 피어나. 우리 나중에 저기를 천천히 거닐 거야."


"그럼 세 번째 층은요?"

아미의 시선이 정원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나무들이 높고 단단하게 자라 있었다. 가지 사이사이로 빛이 스며들어 반짝였다. 언덕 위에는 산들바람으로 나뭇잎들이 흔들렸다. 그 위 도서관 천장 밖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도서관 안의 천장으로 뻗은 나무들도 반짝이고 있었다. 가지와 뿌리들이 망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연결점마다 작은 돌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 돌기들이 반짝거려서 도서관 안도 밤하늘처럼 총총하게 빛났다. 자세히 보니 돌기들 사이는 은빛 안개 같은 것에 싸여 있었고, 그 안에서 작은 메신저들이 왔다 갔다 했다."저곳이 생각의 언덕이야. 영장류와 인간의 정원. 저기가 너의 이야기가 저장되는 곳이야. 네가 경험한 것, 배운 것, 느낀 것. 모두 저 언덕의 나무들에 기록돼. 저 연결점들이 너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어."


하나로 연결된 정원

위버멘쉬가 정원 전체를 가리켰다."세 개의 층이 보이지? 하지만 아미, 잘 봐. 저 물길을."아미는 귀를 기울였다. 사방에서 잔잔하면서도 힘찬 물소리가 들렸다. 그 물소리는 아미의 심장 박동과 같은 리듬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지구의 파도 소리처럼 생명력이 넘쳤다.


"저 물소리가 들리지?"위버멘쉬가 물었다. 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물은 정원 전체를 도는 생명수야. 지구의 비가 숲을 살리듯, 네 안의 이 물길이 닿지 않으면 어떤 나무도 살아갈 수 없단다. 네 몸 안의 자연과 밖의 자연은 이렇게 같은 원리로 흐르고 있지."아미는 물길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정말로 물은 가장 깊은 생명의 뿌리에서 솟아나서, 감정의 호수를 거쳐, 생각의 언덕까지 흘렀다. 그리고 다시 아래로 순환했다.

"세 층은 따로 떨어진 게 아니야. 물길로, 나무 뿌리로, 끊임없이 연결되어 하나로 일해.""하나로요?" "그래. 방금 네가 저 물소리를 들었을 때, 무엇이 느껴졌어?"


아미가 잠시 생각했다.

"물소리가... 제 심장 박동 같았어요. 그리고 왠지 평온해졌어요." "바로 그거야! 그 순간 세 층이 함께 일했어. 생명의 뿌리가 네 귀로 물소리를 감지했고, 감정의 호수가 '평온함'이라는 느낌을 만들었고, 생각의 언덕이 '아, 심장 박동과 같구나'라고 깨달았지. 0.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동시에. 듣는 것, 느끼는 것, 깨닫는 것. 세 가지가 따로? 아니야. 하나의 경험으로 함께 일어났어." 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항상 이렇게 함께 일 하는 건가요?"


"그렇지. 네가 지금 이 정원을 보고 있잖아. 그 순간에도 생명의 뿌리가 네 눈동자를 움직이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어. 감정의 호수는 '아름답다, 신비롭다'는 느낌을 만들고 있지. 생각의 언덕은 '저게 호수고, 저게 나무고, 저게 꽃이구나'라고 인식하고 있어. 바로 지금. 세 층이 동시에, 함께. 네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하나의 정원으로."


아미는 물길을 다시 바라보았다. 물은 세 층을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흘렀다. 층과 층 사이에 경계가 있는 것 같았지만, 물은 그 경계를 무시했다. 나무들의 뿌리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의 언덕 나무들의 뿌리는 감정의 호수를 지나 생명의 뿌리까지 닿아 있었다. 반대로 생명의 뿌리에서 자란 나무들은 가지를 위로 뻗어서 생각의 언덕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층'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하나의 정원이야.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세 시대지만, 지금 이 순간은 두 함께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이지."


정원사의 정원

위버멘쉬가 아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아미. 너의 정원이야. 5억 년 전 작은 생물에서 시작해서, 파충류의 생명의 뿌리, 포유류의 감정의 호수, 인간의 생각의 언덕. 이 모든 것이 수억 년의 시간 동안 네 조상들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흔적들이 쌓여서 지금의 네 정원이 됐어."


아미는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았다. 물은 가장 깊은 곳에서 퐁퐁 솟아 정원 전체를 흐르고, 나무들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망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릴 듯했다.


아미는 불현듯 깨달았다. '맞아! 그렇지! 지구의 정원이 자연인 것처럼 나의 정원도 자연이잖아?'

위버멘쉬가 아미의 마음을 안 듯이 말했다. "정원은 자연의 일부야. 그러나 자연과 정원은 조금 달라. 정원은 정원사의 손길이 닿는 곳이지. 저 아래 두 정원, 생명의 뿌리와 감정의 호수는 네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야. 그러나 저 위 생각의 언덕은 달라. 그곳은 네가 가꾸는 정원이야. 네가 무엇을 배우고,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 언덕의 나무들이 자라고 연결점들이 만들어지지. 그것이 바로 네가 앞으로 쓸 너만의 이야기란다."


아미는 빛나는 책을 가슴에 안았다. "준비됐어?" 위버멘쉬가 물었다. 아미는 위버멘쉬의 눈을 보면서 그가 앞으로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지를 물어보는 듯 빤히 쳐다봤다. 위버멘쉬는 '아미, 너무 걱정 마. 나를 믿어봐!' 하는 듯이 자애로운 눈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미는 안심이 되었다. 위버멘쉬라면 어디든지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위버멘쉬가 말했다. "우리 뇌정원 입구에서 만나. 아미, 준비됐어?"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됐어요.""그럼 그 책을 펼쳐봐.” 아미가 책을 내려다보았다. 북마크가 있는 듯 책갈

(8회에서 계속)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