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정원의 도개교
어둠속에서의 만남
캄캄했다. 조금 전까지 빛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미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책갈피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페이지를 열었다는 것뿐이다. 어렴풋이 그 페이지에 써 있던 글귀가 떠올랐다. 뇌정원 입구에서 만나요. 여기는 온통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풍경이다.
동굴 같다고 느끼게 되는 건, 저 멀리 작은 입구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발밑이 불안했다. 딛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꿈에서 보던 그 우물이 떠올랐다. 바닥이 어딘지 찾아보려 해도 뚫려 있어서 검은 우주로 연결된, 빠지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 우물. 다리가 굳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 무사히 도착했구나." 익숙한 위버멘쉬의 목소리다. 참았던 숨이 저절로 빠져나왔다.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조금 풀렸다. "위버멘쉬, 여기가 어디예요?""아미가 책장을 열면서 본 것 그대로야. 아미의 뇌정원 입구."
아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입구가 될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발밑을 보니, 저 멀리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가녀린 빛에 단단하게 얽힌 포도넝쿨 같은 것이 비쳤다. 신경다발이었다. 그 사이로 잔잔한 개울물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닥이 있었다. 우물이 아니었다.
공기가 달랐다. 약간 습하지만 신성하기까지 한 엄숙함. 태초의 생명이 숨을 쉬던 곳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미는 깊게 숨을 쉬었다. 발 아래에서 작은 떨림이, 박동이 느껴졌다. 아미의 심장도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 위버멘쉬가 조용히 다가왔다. 아미는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 어둠과 고요함이 그렇게 만들었다. "중세 성의 도개교를 생각해봐. 성벽 아래 해자 위에 놓인 유일한 다리.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야. 아미의 몸과 뇌가 만나는 첫 관문이야."
위버멘쉬가 발밑을 가리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전령사들이 아미 몸 구석구석의 소식을 가지고 이 통로를 오르내리고 있어. 혈압, 온도, 통증, 충격 —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쉬지 않고 전하고 있지." 아미는 발밑의 신경다발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가느다란 빛의 입자들이 터널을 따라 위아래로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쉬지 않고.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심장이 뛰고 숨이 쉬어지는 동안, 줄곧.
저 멀리, 터널 끝에 둥근 구멍이 보였다. 오래된 성문처럼 위엄 있게 열려 있고, 문턱의 신경핵들이 작은 횃불처럼 깜빡이며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둥근 구멍, 저곳이 대공이야. 뇌정원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
이상했다. 도서관에서 책 위에 엎드려 잠들기 직전, 졸음 속에서 보았던 빛과 닮아 있었다. 석양이 도서관 책장을 비추며 먼지를 은색으로 반짝이게 하던 그 빛.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특정한 각도의 빛에 의해 존재를 드러낸 것이었다.지금도 그랬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었다. 아미는 빛의 입자들이 대공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몸이 느끼는 것이 저 위로 올라가서, 정원의 세 층을 거쳐, 감정이 되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다시 이 좁은 길을 따라 내려와서, 자신의 손을, 발을, 입을 움직이게 한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이 좁은 터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니. 아미는 문득 손을 들어 목 뒤를 만졌다. 목뼈를 따라 손가락을 올리니, 두개골과 만나는 지점에 움푹 들어간 곳이 느껴졌다. 그 안쪽 깊은 곳,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에 대공이 있는 것이다. 이 좁은 곳으로 이 많은 전령사들이 오가기에는.
무거운 가방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그 가방에 끌려가듯 학교로 걸어가던 몸. 처진 어깨, 숙인 고개. 배가 아플 때면 더 웅크렸다. 우울한 생각이 들면 고개가 더 떨어졌다. 그때마다 이 좁은 통로가 더 좁아졌을 것이다. 전령사들이 오가는 길이 구부러지고 눌려서. 아미는 자신도 모르게 등을 폈다. 고개가 올라갔다. 위버멘쉬가 아미를 보았다. "이 대공을 통과하면서 쉬지 않고 일해주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아미가 조용히 말했다. "그들이 가는 길을 바르게 해주고 싶어요."위버멘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싱긋 웃으면서 다만 고개만 끄덕였다.그 침묵이 칭찬보다 깊게 느껴졌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어둠은 바닥 없는 우물의 어둠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아미의 발밑에는 신경다발이 단단하게 깔려 있었고, 그 신경다발속에 묵여있는 가닥마단 빛줄기가 있었고 그것은 빛의 입자들은 쉬지 않고 달리는 길이었다.
위버멘쉬가 손을 내밀었다. "자, 이제 저 대공을 지나 뇌정원 안으로 들어가볼까?" 아미는 그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터널 끝에 보이는 둥근 빛을 향해 걸어갔다.
뇌정원 메모
대공(foramen magnum) — 두개골 아래쪽에 있는 구멍으로, 뇌와 척수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라틴어로 '큰 구멍'이라는 뜻. 모든 신경 신호가 몸에서 뇌로, 뇌에서 몸으로 오갈 때 이 좁은 길을 통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