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연습량
음악가에게 연습의 양은 중요하다. 연습량과 연주 능력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떤 유명한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장 잘 연주하는 학생들은 입학 전에 벌써 7천400시간 이상 연습을 한 반면,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은 3천400시간 정도를 연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바이올린을 가장 잘 연주하는 학생들의 경우 매일 오전 같은 시각에 연습을 했다. 어떤 학생들은 연습을 하루도 안 걸렀다고 한다.
운동선수들도 슈퍼스타들의 경우 한 단계 아래인 선수들보다 4분의 1 가량 훈련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그러나 또한 많은 연주자들이 수십 년 동안 연습을 하고도 거장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많은 연습시간도 기량이나 표현력의 전반적인 향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연습을 전혀 하지 않고도 연주를 잘할 수 있을까?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가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어릴 적부터 연습이란 걸 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샤 하이페츠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하루에 8시간씩 일주일에 6일 , 즉 대략 10만 시간 동안 바이올린을 연습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거장들은 어린 시절에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나중에는 전혀 하지 않는다. 연주자들의 세계에서 최초로 기교의 대가라 불렀던 파가니니와 리스트의 경우가 이러했다.
일단 운동 신경 체계가 잘 갖추어져 어떤 명령이라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그저 한두 번씩 연주를 하며 환기만 해주면 된다. 다른 모든 것들, 즉 악보를 기억하고, 다른 형식의 연주를 시험해보고, 곡을 해석하고 하는 것들은 주로 심상을 통해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정도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런지는 확실치 않다. 뛰어난 신경 체계가 필수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경우보다는 더 많은 수의 거장들이 나왔어야 한다. 복합적인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스승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필자는 많은 연습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두 달 후 쇼팽 콘체르토 1번 연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까지 쌓아온 데이터와 메타인지적 분석에 의하면, 하루 중 최소 7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은 피아노 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피아노 의자뿐만 아니라 파리의 시내로 나가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 것이다.
음악가들의 연습 방식과 스포츠 선수들의 훈련을 비교했을 때, 여러 맥락에서 유사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약간의 차이점을 살피자면 음악은 ‘머슬 메모리’ 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레슨을 받으며 수 없이 들었던 말,
‘c’est ton cerveau qui commande!’ (너의 뇌가 명령하는 거야!) 음악은 손가락 돌리기 운동이 아니다. 머리로 심층적인 분석과 생각이 선행되며, 테크닉적인 운동이 동시에 요구되니, 얼마나 머리가 아픈 일인지.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따지자면 포인트는 ‘본인이 만들어 가고 싶은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그에 따른 악기의 연습량을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 중 30분이 되거나, 20 시간이 되거나. 선택은 음악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