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제일 추천 많이 받은 여행사로 예약했는데, 예정일 한 달 남겨두고 취소자가 많아 그대로 취소됐다. 부랴부랴 비슷한 상품을 찾아 겨우 예약. 패키지여행은 생애 두 번째, 엄마와 단둘이 해외여행은 생애 첫 번째는 이렇게 시작됐다.
출발 5일 전, 인솔자에게 전화가 왔다. 미리 카톡으로 건네받은 준비물과 주의사항을 다시 듣는다. 마지막 동행자 수와 평균 연령을 슬쩍 물었다. "저희 31명입니다. 대부분 6,70대고요.아마 정지연 님이 제일 젊으실 겁니다. 호호호"
규정이 바뀌어서 패키지도 개별 체크인을 해야 한단다.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온라인예매창을 들어갔지만 연석이 없다. 일단 엄마랑 붙은 두 자리를 골랐는데, 둘 다 가운데다. 12시간을 그렇게 갈 수 없다. 이틀 전 앱 체크인이 드디어 열렸다. 앗, 비상구 자리다. 엄마는 연세가 있어서 안된다. 일단 내 자리부터 바꾸고. 엄마는..? 복도 자리가 안 난다. 전화까지 했지만 그날 만석이라 안될 것 같단다. 계속 신경 쓰여 틈틈이 앱으로 들어가 보지만 자리가 안 난다. 에라, 모르겠다. 출발하는 날, 사정 좀 해보자.
출발 당일, 혼자 집 지킬 규리가 안쓰러워 몇 번이나 안아본다. 엄마 자리 때문에 일찍 출발. 여행사 부스에 도착해 흘끗 보니 다들 연세가 있어 뵌다. 항공사에 전후 사정을 말하며 호소했더니 기다려보란다. 내 좌석 3줄 뒤로 복도석이 하나 났단다. 엄마랑 같이 앉진 못하지만 그게 어디야.
출발하기 직전까지 일이 쌓였다. 9일 빨간 날 휴방인 줄 알았더니 방송이 살아서 염치불고하고 겨울 휴가를 이틀이나 갖다 끌어 쓰게 됐다. 후배들 일이 많아져 대안이 필요했다. 출발 한 시간 전, 충격적인 소식까지.. 마음의 커다란 돌덩이를 안고 마침내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