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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ug 25. 2024

Hana14_ 미소 짓게 하는 것들

여유를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나

약속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려는데, 미리 준비를 당부한 아이는 세월아 네월아 저녁때나 되어 나갈 수 있겠다.

습도를 머금은 더위에 나가기도 전에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아이는 현관문을 나서고도 챙겨야 할 물건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2번이나 집을 왕복하더니… 급기야 필요한 것을 두고 왔다며 사과를 한다.

아이를 기다리며 왈칵 짜증이 올라오고, 아마도 아이가 돌아오면 그 짜증을 쏟아낼지도 모르는 찰나.

맑던 하늘에 후드득 비가 떨어진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

마치 비가 내릴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화초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녀석과 한참을 눈을 마주쳤다.  

나보다 더 현실적으로 비를 피하는 고양이가 애처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면서,

교묘히 자리를 잡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 냥이의 모습이 만화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에 피식 웃는다.

순식간에 나에게 평안함이 깃든다.

외출에 대한 부담도, 잔소리를 유도하는 아이도, 굳이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에 대한 짜증들이 흩어진다.

평소의 나는 지나치게 현실을 산다.

설레는 일도, 즐거운 일도 어느 순간 숙제로 만들곤 하는 내 모습이 참 답답할 때가 있다.

다른 마음을 먹어도 생긴 대로 살아지겠고, 변하기 쉽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나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건 바로 나밖에 없다

하루를 스쳐가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라도 웃으며 바라보자

그 작은 웃음이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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